장애동생 수면제 먹이고 하천변에 유기, 2심서 살해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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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유산을 노려 장애인 동생을 살해한 뒤 하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2심에서 감형을 받게 됐다.

이 남성이 동생을 직접 살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조광국·이지영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46)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동생에게 수면제를 먹여 하천 둔치에 데려다놓은 후 혼자 귀가했지만, 동생을 직접 물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동생을 두고 가면 강물에 빠질 수 있는 것을 인식했지만 아무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유기치사 혐의는 그대로 유죄로 봤다.

이 씨는 2021년 6월28일 오전 지적장애 2급의 동생(당시 38세)을 경기 구리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씨가 부모의 상속재산 34억여원을 분할하는 문제를 놓고 동생 후견인인 숙부에게 소송을 당하자 재산을 모두 챙길 목적으로 범행에 나섰다고 봤다.

이 씨는 범행 전날 오후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동생에게 위스키를 권해 마시게 하고, 범행 직전에는 수면제도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범행 후 실종 신고를 했다.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는데 돌아오질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봤다. 사건 현증 검증과 4대의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결과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이 씨는 부모님이 사망한 후 4년간 동생과 살았다"며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동생을 살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동생이 졸린 상태로 현장을 배회하던 중 실족해 빠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이 씨가 신고를 제대로 했다면 동생이 살 수도 있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이 씨는 동생을 유기한 후 실종 신고를 할 때 동선 등을 허위로 진술했다"며 "신고를 제대로 했으면 동생이 사망 전 발견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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