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점론 빠르게 확산"… 3高에 짓눌렸던 소비회복 기대
5%대까지 치솟던 예금금리
두달 만에 3%대로 내려앉아
부동산 빙하기 촉발시켰던
대출금리도 고점찍고 내리막
금융기관 유동성 호조에
한은, 설 화폐공급 19% 줄어
작년 고공 행진하던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모두 연 3%대로 떨어지면서 은행권 금리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작년 11월 말 연 5%를 넘어섰던 주요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하락세로 전환해 2개월 만에 3%대 후반으로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하락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예금 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는 가계대출 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서는 "예금·대출 금리 모두 피크(정점)를 찍었다"며 "돌발변수가 없다면 은행 금리는 당분간 올라갈 일이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면 가계 지출을 억눌러 왔던 소비심리도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3.7~3.95%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이 전날까지 연 4%대 금리를 유지했지만 이날 3.95%로 낮췄다. 주요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중순 14년 만에 5.18%까지 올랐지만 최근 3%대 중반까지 밀려 기준금리(3.5%)에 가까워졌다.
은행권 예금 금리는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3.5% 정점론'에 힘이 실리는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금리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예금 금리 결정에 근거가 되는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3일 3.918%로 내렸으며, 19일 기준 약 일주일 만에 3.778%로 0.14%포인트 떨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는데 예금 금리가 반대로 오르면 역주행하는 셈"이라며 "자칫 하락세인 대출 금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신금리 추가 인상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일부 적금 상품에 한해 소폭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 7~8%대로 무섭게 치솟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는 은행권의 금리 인하 노력이 더해지면서 작년 말 대비 최대 1%포인트 낮아졌다.
사정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1금융권 주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 수신 경쟁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97%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20일 연 5%대로 오른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대로 내려온 것이다.
저축은행권 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23일 1년 만기 평균 연 5.53%로 정점을 찍은 후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도마에 오른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차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간 예금 금리는 빠르게 내리는 반면, 대출 금리 인하는 더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5대 은행의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 추이는 전월 대비 혼조세였지만, 1월 예대금리차는 KB국민은행 등 은행들이 새해 들어 대출 금리를 0.8~1.3%포인트 내린 만큼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예금 금리가 계속 상승하던 한때 예금 재테크 열풍이 불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재테크족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단기 예금이 인기였지만 이제는 예금에 넣는다면 3개월보다는 1년 상품에 넣는 게 가장 낫고, 예금 수익률이 마음에 안 든다면 투자로 넘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설 연휴 전 10영업일인 1월 9~20일 한은이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액(순발행액)은 4조15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3%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발행액이 5조144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1조원 정도 줄어들었다. 순발행액은 시중은행이 한은에서 출금한 발행액에서 입금한 환수액을 제외한 수치다.
한은의 순발행액이 약 20%나 감소한 것은 금리 상승에 따른 예·적금 증가 등으로 환수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설에는 시중은행에 유동성이 넘쳐 한은으로 환수된 금액이 4951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88.5%나 증가했다. 보유 자금이 풍부하다 보니 한은에서 설 연휴를 대비해 인출해 간 금액은 4조6478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14% 감소했다. 아직 전체에 온기가 퍼진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을 긴장시켰던 유동성 경색 리스크는 해소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이야기다.
[임영신 기자 / 서정원 기자 / 명지예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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