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용병에 설 곳 없는 신인들
낮은 몸값에 기술까지 훌륭
프로축구도 외국인 6명까지
국내 프로스포츠가 문호를 개방하며 외국인 선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각 구단의 경제 사정이나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경기 출전을 노리는 신인에게는 악재가 되고 있다. 올스타전을 마친 뒤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 올 시즌 남자프로농구(KBL)에서는 '필리핀 열풍'이 거세다. 일본 국적 선수를 1명까지 추가로 등록할 수 있던 '아시아 쿼터'가 올 시즌 필리핀까지 확대되며 새 얼굴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 효과도 충분하다. 필리핀 국가대표 출신 렌즈 아반도를 영입한 안양 KGC는 22승9패로 1위를 달리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반도는 지난 15일 열린 올스타전에서 덩크슛 콘테스트 우승을 차지하며 농구팬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아반도 외에 저스틴 구탕을 품은 창원 LG,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와 함께하는 울산 현대모비스도 순위표 상위에서 만족하고 있다.
미국 선수들과 달리 한국 선수 평균 연봉 수준으로도 기술이 좋고 독특한 리듬을 가진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만큼 필리핀 선수가 한국 농구 경쟁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전주 KCC는 제프리 에피스톨라를, 수원 KT는 데이브 일데폰소를 부랴부랴 영입하면서 후반기 반격을 노린다.
신인에게는 필리핀 선수의 존재가 또 다른 벽이 되기도 한다. 드래프트 대신 자유롭게 데려올 수 있고 군 복무 등 다른 문제가 없어 신인이 경쟁력에서 밀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다. 지난 시즌까지 서울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이규섭 SPOTV 해설위원은 "필리핀 선수들이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며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진정한 가성비 선수는 신인 연봉 상한선 1억원으로 묶여 있는 드래프트 출신 대학 선수"라며 "필리핀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서로의 농구를 배울 기회를 늘리더라도 역차별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맹활약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키워낸 프로축구 K리그 역시 올해부터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한 팀이 국적 무관 외국인 3명에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소속 국가 선수 1명, 추가로 동남아시아 선수 1명까지 총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었지만 2023시즌부터는 국적 무관 5명에 AFC 가맹국 국적 1명으로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는 1명 더 늘어나고, 국적 제한도 줄어든 셈이다. 신인이나 유망주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지에서 일본, 중동 팀들과 맞서며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제도를 확대한 부분이 있다"며 "더욱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축구 팬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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