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대만, 자식은 중국으로…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겨울나기

송복규 기자 2023. 1. 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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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의 겨울나기 이동 경로가 최초로 확인됐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겨울을 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서로 다른 이동 경로가 확인됐다.

그동안 여름 철새인 저어새가 중국이나 대만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정확한 이동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결과, 서남해안 연안에서 출발한 저어새들은 부모 개체와 자식 개체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로 중국과 대만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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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새’ 저어새에 위치추적기 부착
자식 개체는 목적지·소요 시간 모두 달라
“이동경로 교육받지 않고 스스로 학습해”
천연기념물 저어새. /국립문화재연구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의 겨울나기 이동 경로가 최초로 확인됐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겨울을 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서로 다른 이동 경로가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전남 영광군 칠산도에서 번식에 성공한 천연기념물 저어새 세 가족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월동지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위치추적기는 부모 개체 수컷 3마리와 자식 개체 수컷 5마리 총 8마리에 부착됐다.

이번 연구는 부모 개체와 자식 개체의 이동 경로를 동시에 비교했다는 점이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이다. 그동안 여름 철새인 저어새가 중국이나 대만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정확한 이동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저어새 세 가족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방사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초부터 11월 초 사이 겨울나기를 위해 이동하는 각 개체의 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서남해안 연안에서 출발한 저어새들은 부모 개체와 자식 개체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로 중국과 대만으로 이동했다.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겨울나기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원

부모 개체는 평균 시속 50㎞로 약 1624㎞를 비행해 대만에 도착했다. 개체마다 출발 날짜, 경유지, 소요 시간은 제각각이었지만, 도착지는 대만 자이현으로 같았다. 대만까지 가는 데 소요된 시간은 최소 2일부터 최대 50일까지 다양했다.

반면 자식 개체 5마리 중 4마리는 평균 시속 47㎞로 약 967㎞를 날아 중국에 도착했다. 다만 자식 개체 중 한 마리는 부모 개체와 유사하게 평균 시속 51㎞로 1379㎞를 이동해 대만에 도착했다. 중국으로 향한 자식들이 도착지도 모두 달랐다. 중국에서 겨울을 보낸 저어새 자식들은 각각 중국 상하이와 푸젠성의 푸저우, 산시성 윈저우, 저장성 닝보에서 겨울을 보냈다.

연구원은 개체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동 경로가 저어새들의 학습방법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교육이나 학습으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겨울나기를 위한 장거리 이동을 스스로 체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 394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보호종이다. 주걱을 닮은 검은 부리와 흰색 털, 머리 뒤로 늘어뜨린 ‘꽁지머리가’ 특징이다. 한국에선 인천이나 전남 영광 같은 남서해안에서 번식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해 번식지 복원과 보존에 나설 계획이다. 전남 영광군의 칠산도뿐 아니라 겨울을 나는 중국과 대만에도 현지조사단을 파견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 저어새 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정보는 문화재청 누리집에서 ‘천연기념물 생태지도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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