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G5 제조강국' 발판은 무역다각화 … 인도·印尼·멕시코 주목

김동은 기자(bridge@mk.co.kr) 2023. 1.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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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밥 스턴펠스 맥킨지 회장 대담
제53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오른쪽)이 세계 1위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의 밥 스턴펠스 글로벌 회장과 대담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도약하려면 새로운 시장과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게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한국은 일본을 넘어 세계 3~4위 제조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1926년 시카고대 교수인 제임스 맥킨지가 서비스를 시작한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전략컨설팅 업계 부동의 1위 기업이다. 2021년 신임 글로벌 회장으로 임명된 밥 스턴펠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만나 "한국 제조업에는 기회가 있다"며 "이를 실행할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남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스턴펠스 회장은 "꼭 어느 한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를 조율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한국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는 그 어느 때보다 건전한 상태"라며 "2023년 말까지 미국이 다시 성장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펼쳤다. 다만 가속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의 확대에 대해서는 강한 염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다음은 장 회장과 스턴펠스 회장 간 주요 대담 내용이다.

▷장대환 회장=매경은 올해 대한민국을 세계 5위의 제조업 강국으로 만든다는 특별한 미션을 세웠다. 한국 제조업을 도약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밥 스턴펠스 회장=맥킨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화를 통한 무역의 증가가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 큰 혜택을 안겨줬다. 다만 그 기간 미국과 중국, 한국과 중국 등 무역로가 다변화되는 게 아니라 몇몇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맥킨지는 무역로는 계속 다양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몇몇 시장에서는 꽤 성공적이었지만 일부 시장에서는 지배적 힘을 갖지 못했다. 따라서 무역 전략을 다각화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한국 제조업체라면 앞으로 10년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멕시코, 미국을 염두에 두겠다.

▷장 회장=기술적 측면에서는 한국 제조업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스턴펠스 회장=에너지 혁명을 예로 들겠다.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주 에너지가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됐다. 석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력으로 대체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체에너지 자원에 대한 논의가 거세질 것이다. 수소와 탄소 포집, 태양열 등 새로운 기술과 이에 대한 투자가 한국 제조업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매경이 미션으로 삼은 5대 제조업 강국이 아니라 4위, 3위 강국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장 회장=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멀리 있는 미국에서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은 미래의 파트너로 중국과 미국 중 어디를 택해야 하나.

▷스턴펠스 회장=중국 편을 들지, 미국 편을 들지 질문하는 대신 한국의 리더십이 더 대담해질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길 권한다. 여러 국가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때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은 두 나라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기준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서로 대립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양국에서 모두 신뢰받는 국가가 이 과정을 도와준다면 어떨까. 그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현 상황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능동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맞는다고 본다.

▷장 회장=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나.

▷스턴펠스 회장=불행하게도 미국 정치인은 미국과 중국을 대결구도로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는 중국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중국이 다시 개방됨에 따라 성장률이 2023년 상승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 성장은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춘제 연휴 이후 중국 방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중국 비즈니스 리더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중국 경제 전망은 점점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장 회장=대부분의 국가, 심지어 중국에도 미국 경제의 향방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스턴펠스 회장=미국에서는 2023년 첫 2개 분기 동안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2023년 말부터는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위기는 사실 미국에는 호재였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대차대조표 관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건전한 상태다. 미국의 실업률 역시 여전히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에너지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은 더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다.

▷장 회장=다시 시작될 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뭐라고 생각하나.

▷스턴펠스 회장=하나만 꼽으라면 포용성(inclusion)이다. 미국뿐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 10명 중 8명은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다. 소득격차가 가장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소득격차 확대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사회가 분열되면 극단주의가 팽배한다. 그래서 기업 고객에 단순한 성장이 아닌 포괄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 회장=정부가 기업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저소득층에 써야 한다는 뜻인가.

▷스턴펠스 회장=그런 방법이 포용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는 그보다 교육과 기술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몇몇 최고경영자(CEO)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미국 투자 시 숙련된 인력을 찾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유통센터에서 일한 사람이 고급 기술을 갖추고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세금과 보조금이 아니라 직업훈련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민간이 이러한 부분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올바른 정부 정책이다. 공적 재분배가 아닌 민간 자본의 흐름이 포용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다보스/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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