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엔데믹 … 교실·마트·영화관서 마스크 벗는다
3주연속 확진자 감소 이어져
학교 음악실 등 지침 27일 발표
'7일 격리' 조정도 본격 논의
"감염병 등급 하향되면 결정"
오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대부분을 해제하기로 한 것은 올겨울 유행이 정점을 지난 데다 확산세가 재현되더라도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현 단계에서 유행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3주 연속 확진자가 줄었고 중환자실 확보를 비롯한 의료 역량과 백신·치료제가 너끈하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올 초 가장 우려됐던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세도 진정된 양상을 띠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19일 집계한 중국발 입국자 누적 양성률은 12.7%다. 한때 26%까지 올라갔지만 확진자 수가 꾸준히 줄면서 10% 초반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세계 각국이 대부분 규제를 풀었다는 점도 국내 방역조치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대만과 이집트뿐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마스크 규제가 어느 정도 조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학교와 마트, 사무실, 종교시설, 은행 등 실내 대부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감염취약시설은 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이 해당된다. 경로당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대중교통법에 따른 대중교통수단인 노선버스·철도·도시철도·여객선·도선, 여객자동차법에 따른 구역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차량인 전세버스·특수여객자동차·택시, 항공운송사업자가 여객을 수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행하는 항공기·택시 등이다.
방역당국이 마스크 의무를 완화하면서 학교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권고 사항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세부 지침을 오는 27일까지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학생들은 급식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스크를 썼다. 그 영향으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줄었지만 학생들의 사회성과 언어 발달이 저해됐다는 교육계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추이는 항상 10·20대를 중심으로 시작해 가족과 사회로 퍼지는 양상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근 확진자 감소세는 방학 등에 의한 영향일 수 있다"며 "개학과 동시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내 공기 대책 등을 마련한 뒤 마스크 의무를 해제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27일 발표할 세부 지침에는 학교 음악실에서 합창하는 경우, 체육관에서 응원하는 경우 등 구체적인 사례를 담아 마스크 착용 여부를 안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의 마스크 완전 자율화와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격리 기간을 7일에서 3일로 줄이자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당정 협의 후 브리핑에서 "의료진은 감염됐을 때 3일 격리 후 업무에 복귀하는데 일반 국민은 7일 격리가 의무화돼 있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해 3일로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격리 의무 해제 또는 완화 조치와 관련해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것과 연계해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법정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조정되는 시점 또는 현재 '심각'인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 '주의'로 하향될 때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희진 기자 / 신유경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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