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日물가, 전기료 1년새 50% 껑충
1981년 이후 최대폭 올라
올해도 고물가 고통 지속
직원·알바생 사기 높이려
'인플레 수당' 지급 기업도
지난달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 약세와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에 41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올해도 식품업체 등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인플레이션 수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20일 발표한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기 대비 4% 상승했다. 제2차 석유파동 여파로 물가가 올랐던 1981년 12월(4%) 이후 4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달 물가 변화를 보기 위해 조사한 품목 522개 가운데 417개에서 전년 동월보다 가격이 올랐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과 식품값 등이 주도했다. 에너지 관련 물가는 15.2%나 올랐다. 특히 도시가스는 33%, 전기료는 21.3% 상승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품 상승률은 7.4%로 1976년 8월(7.6%)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2014년(2.6%) 이후 8년 만에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2014년에는 소비세 상승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1991년(2.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월 0.2%였으나 4월부터 2%대로 올라섰고 9월에는 3%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40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디플레이션 국가의 대명사인 일본에서 물가가 오르는 이유로는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약세 등이 꼽힌다. 엔화 가치는 작년 초 달러당 115엔 수준에서 10월 하순에는 32년 만에 최저치인 151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128엔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작년 초에 비하면 엔저는 여전하다.
일본 물가 상승은 올 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주요 상장 식품회사 105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은 2만여 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 들어 4월까지 6700여 개 품목의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1월에 청구되는 도쿄전력 전기요금은 가구 표준 기준 1만1222엔으로 전년 대비 50%가량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전기료 부담 경감대책이 시행되지만 3월에도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 상승은 서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11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8% 줄며 8년6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직원들을 지원하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인플레이션 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자동차는 작년 말 '특별지원금'이라는 항목으로 관리직을 제외한 정사원(정규직 사원)에게 일시금으로 10만엔을 줬다. 비정규직 사원과 아르바이트생에게는 7만엔을 지급했다. 이같이 사원·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한 총액은 13억엔에 달한다.
미쓰비시가스화학은 관리직을 제외한 전 사원 1900명에게 최대 6만엔을 지급했다. 시장조사 회사 오리콘과 음식점 '오사카오쇼'를 운영하는 이트앤드홀딩스는 작년 10월부터 월급에 인플레이션 특별수당을 얹어 지급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작년 11월 일본 기업 1200여 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인플레이션 수당을 '지급했다'는 비율은 6.6%, '지급할 예정'은 5.7%, '지급하지는 않았으나 검토 중'은 14.1%였다. 지급했거나 지급을 예정·검토하는 업체가 고려하는 평균 인플레이션 수당은 일시금이 5만3700엔, 월급 형태 수당은 6500엔으로 조사됐다.
[도쿄/김규식 특파원·서울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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