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편의점 알바에겐 … 최저시급은 '그림의 떡'
서울과 비교해 매출 저조
구인공고에 "최저임금 못줘"
지방소멸 현상과 맞물린 탓
좋은 일자리 만들기 급선무
#지난해 말 충청북도 충주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이재영 씨(27)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넣었다. 이씨는 "PC방 사장이 말도 없이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사장은 '지방의 영세한 업장이라 다 챙겨줄 순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방 소재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 상당수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시급 이하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15시간 이상 근무 시 고용주가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주15시간 미만으로 일하게 하는 '쪼개기 아르바이트(알바)'도 여전했다.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려 지방 소멸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지역 경기 침체 등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맞춰주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대구의 한 편의점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7시간 근무하면 일급 5만원을 주겠다'고 대놓고 최저임금을 맞춰주지 못한다는 공고를 냈다. 단순 계산하면 시간당 약 7100원으로, 올해 최저시급인 9620원에 한참 못 미친다. 만약 주40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하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시급을 계산하면 1만1544원이다.
경북의 한 마트도 주말 야간 캐셔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공고를 냈지만 최저임금에 부합하지 못했다. 이 마트는 밤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9시간30분 근무하면 일급 9만3000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단순 시급으로 계산하면 약 9789원이지만 야간근무수당이 포함되지 않았다. 5인 이상 사업장은 밤 10시 이후 오전 6시까지 근무 시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전북에 있는 한 편의점은 시급을 9620원으로 표시했지만, 상세 모집 내용에는 "지방 편의점 평균 시급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알아보고 지원을 넣어 달라"며 "저희 매장은 그 편의점 평균보다 더 적게 드린다"고 밝혔다. 지방 편의점의 평균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청 민원을 통해 근로자가 임금 차액을 받으면 대부분 사건이 종료돼 법적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지방 소규모 점포 사업자들은 수도권과 비교해 매출 수준이 저조하다는 등 여러 이유로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한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서울 편의점의 일평균 매출이 200만원 정도면 지방은 100만~150만원밖에 안된다"며 "서울·수도권처럼 손님이 많은 게 아니고 고객 수 차이가 너무 커 운영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한 최근 3년 동안 협회 회원 중 점포 180곳이 문을 닫았는데, 대부분이 지방 점포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초단기근로 취업자는 157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5000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서울은 초단기근로자 수가 2021년 28만명에서 2022년 24만8000명으로 줄어든 반면, 지방은 대전과 제주를 제외하고 전부 증가했다. 초단기근로 일자리는 주휴수당과 건강보험 대상자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만이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결국 인구 이동 때문"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고용 안정성과 보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청년 100명 중 1.5~2명이 매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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