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사라진 1등 복권
복권 1등 당첨자들의 소감을 가끔 찾아본다. 당첨금으로 대출을 갚겠다는 보통사람형, 부모 형제를 도와주겠다는 효자형, 복권은 소액으로 즐기라는 훈수형까지 다양한 소회가 나온다. 자필로 쓰인 짧은 메시지를 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1등에 당첨됐구나, 팍팍했던 살림이 펴지겠구나, 내가 당첨되면 뭐부터 할까, 생각하곤 한다.
애호가가 많아서인지 복권을 둘러싼 음모론도 끊이지 않는다. 작년 말 칠곡 로또판매점에서 7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온갖 '설'이 난무하더니, 어제부터는 58회 차 1등 즉석복권(당첨금 5억원)이 사라졌다는 보도로 시끄럽다. 이 회차는 작년 2월까지 판매됐는데 중간에 오류가 발견돼 20만장이 회수됐다. 정황상 그 안에 1등이 포함돼 있을 확률이 높은데,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나머지 3880만장을 판매한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것이 뉴스의 요지다.
혹자는 복권을 '확률을 모르는 바보들의 베팅' '가난한 사람들이 자진해서 내는 세금'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매주 어떤 마음으로 복권을 사는지 안다면 그렇게 함부로 말할 일은 아니다. 이번주에도 많은 사람이 복권을 살 텐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괜한 음모론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부터 철저하고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당첨자들이 꼽는 비결 중에는 유독 '조상 꿈' 이야기가 많다. 우리 조상님은 로또번호도 안 알려주고 뭐 하시나 궁금했는데 '쌍갑포차'라는 웹툰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극 중 죽은 이들의 세상인 '그승'에서는 매년 퀴즈대회를 열어 1등을 가리는데, 1등 상품이 후손들 꿈에 나타나 로또번호를 불러주는 일이란다. 당첨금이 무려 100억원이다. 가난을 물려준 것에 한이 맺힌 조상님들은 필승을 다짐하며 열공하고,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그렇다. 조상님들도 저승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설 차례상에는 더 정성을 담아볼 일이다. 조상님들의 건투를 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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