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말실수에 한술 더 뜬 이란, 감정싸움 멈추고 진화 서둘러야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 이후 한국과 이란 관계가 꼬여가고 있다. 이란 외교부는 주이란 한국대사를, 한국 외교부는 주한 이란대사를 맞초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윤 대통령 발언과 상관없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까지 운운하는 이란의 태도가 선을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문제를 키울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실리를 추구하는 게 외교라면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게 맞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UAE에 파견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UAE와의 관계를 강조하던 중 제3국인 이란을 언급했는데, 외교적으로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반발했고, 한국 외교부는 다음 날 "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18일 이란은 한술 더 떠서 주이란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 대통령이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의 제재로 한국이 지급하지 못한 채 동결된 70억달러의 석유 수출대금 문제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 발언을 의도적으로 키워, 대이란 제재를 해결해 보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이란을 제명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해운협회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주의를 당부할 정도로 기업들 걱정도 커졌다. 한국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송되는데, 2021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국적 선박을 억류했다 풀어준 일도 있었다.
이란의 무리한 대응이 본질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대통령 발언이 갈등의 빌미가 된 만큼 한국이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에 특사 파견이나 고위급 대화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 자존심 때문에 일을 키운다면 곤란하다. 어떻게 하든 오해를 풀어야 하는 쪽은 한국이다. '말실수'가 '외교 위기'로 번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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