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천 與野시의원의 설맞이 협치 현수막, 여의도가 부끄럽다
과천시의원들의 설 인사 현수막을 본 시민들이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정치인이 명절 때마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다 거는 현수막이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이번 현수막은 확실히 색다르다. 과천시의원이 총 7명인데, 이 중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통해 입성한 초선 여야 의원 4명이 '함께 뛰겠다'는 협치문구가 담긴 공동현수막에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갑론을박을 하고, 싸울 땐 싸우더라도 협조할 건 하겠다는 의미로 비용을 반반씩 부담해 '협치 현수막'을 제작했다고 한다. 같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시의 발전과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플러스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기투합이다. 공고한 진영논리에 갇혀 사생결단하듯 극한 대결만 일삼는 혐오의 정치판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이처럼 협치의 메시지를 낸 건 이례적이다. 이에 과천 시민들이 힘을 실어주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동현수막 사진을 실어나르고, "감동적이다" "신선하다"는 칭찬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과천시 공동현수막은 이전투구 정치판에서 당적이 달라도 협치가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참에 단순한 새해인사·명절인사 정도의 현수막은 여야 정치인들이 따로 제작하지 말고, 공동현수막으로 대체하는 관행이 만들어져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이렇게 되면 더 눈에 잘 띄는 곳에 현수막을 걸기 위해 자리다툼 신경전을 벌이는 감정소모를 줄이고, 현수막 제작 비용도 감축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나.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서로를 악마화하는 이판사판식 막장정치를 멈추지 않고 있는 여의도 정치꾼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중앙정치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협치를 시의원이 해낸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모쪼록 과천시에서 시작된 작은 물줄기가 극한 대립과 혐오로 가득 찬 기득권 진영정치의 둑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물줄기가 됐으면 한다. 그 거센 물줄기가 희망 대신 절망과 혐오만 주는 정치, 갈등과 분열로 이익을 취하는 모리배 정치꾼들을 확 쓸어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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