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영업사원과 101명 사절단···역대급 성과 거둔 '팀 코리아'
UAE와 원전동맹 '제2 중동붐'
스위스선 글로벌 풍력회사 유치
투자 확약 규모만 308억弗 달해
경제사절단과 함께 세일즈 외교
슈바프 회장 "민관협력 훌륭한 예"
韓 경제안보기조 알린 점도 성과
‘이란=UAE적’ 발언 두고 논란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입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으로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 세일즈 외교’를 내세운 올해 첫 순방에서 남긴 말들이다.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21일까지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 및 스위스 순방에서 역대 최대의 경제 성과를 냈다. 취임 이후 특사 외교를 통해 우호 관계를 다져온 UAE와의 정상회담에서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투자 유치를 확약받았고 스위스에서는 신재생과 바이오 분야에서 약 8억 달러(1조 원)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특히 윤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팀코리아’로 세일즈에 나서 우리 정부의 투자 유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투자 확약만 308억 달러···글로벌 풍력 회사도 유치=윤 대통령은 UAE·스위스 순방에서 최소 308억 달러의 투자 확약을 받았다. 백미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300억 달러의 대(對)한국 투자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 4기(약 186억 달러)의 전체 금액보다 크고 단일 국가에 대한 UAE의 투자 금액 가운데 가장 많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김대기 비서실장을 각각 특사로 보내며 UAE와의 현안을 세심하게 챙겼다. 특히 UAE가 한국 원전을 가동 중인 가운데 전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직접 이 같은 우려를 씻어내며 3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한국과 UAE는 영국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원전 동맹도 체결했다. 우리가 수주에 뛰어들면 약 1조 6190억 달러(2000조 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UAE가 금융 지원에 나서는 프로젝트다. UAE는 나아가 한국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여수 석유비축기지에 400만 배럴의 원유를 우선 공급하는 체약도 맺었다.
이어진 스위스 순방에서는 세계 최대의 풍력 회사 베스타스가 3억 달러의 대한국 투자를 신고했다. 베스타스는 아시아태평양본부를 한국으로 옮기는 한편 풍력 터빈 부품을 생산할 공장도 짓기로 했다. 베스타스의 공장은 전남 또는 울산에 설립돼 신재생 분야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국적 과학기술 기업 머크와 스위스 제약 기업 노바티스가 한국에 약 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기업 ‘팀코리아’···곳곳에서 효과 만점=윤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를 대표하는 101명의 경제사절단과 세일즈에 나섰다. 정부와 기업인이 함께 투자를 유치하는 ‘팀코리아’를 구성한 것이다. 기업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전임 정부의 방침에서 유턴하는 경제철학이다.
UAE에서 함께한 경제인들에게는 “공무원을 상대할 때 ‘갑질’이다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계기로 마련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에서 윤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이다. 한국 시장도 제 사무실도 열려 있다”며 투자 시 애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건의하라고 독려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민관 협력을 보여준 훌륭한 예”라고 평가했다.
◇다보스포럼, 韓 경제안보 방향 제시 투자 세일즈=윤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9년 만에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 나서 한국의 경제안보 기조를 전 세계에 알린 점도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팽창으로 분절되고 있는 공급망 위기에 대해 “우리는 협력적이고 포용적인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인류의 공동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반도체·2차전지·철강·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이용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반향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적인 원전 기술력과 시공·운영 역량을 토대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동·유럽 등 그린수소 생산에 강점을 가진 국가들과 한국·일본과 같이 수소 활용에 앞서가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취리히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며 “글로벌 복합 위기와 공급망, 기후변화, 디지털 등 글로벌 이슈 전반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고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수출 계약과 양해각서(MOU) 체결, 투자 유치 등 많은 성과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란 측이 반발하고 나선 데 대해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스위스 취리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해당 발언은)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과 이란의 관계와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사태의 원인을 이란 측에 돌린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란이) 동결 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특사 등 고위급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버하는 행동”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이란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하며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자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17~1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6%로 전주 조사 대비 1%포인트 올랐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포인트 내린 55%였다. 긍정 평가자들과 부정 평가자들 모두 이같이 응답한 이유로 ‘외교’를 1위(17%·15%)로 꼽았다. 한국갤럽은 “이번 UAE 및 스위스 순방과 관련해 상반된 시각이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취리히=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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