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링·제동…극한조건서 타이어성능 검증한다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3. 1. 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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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포뮬러E' 독점 공급
전기차 레이싱서 미쉐린 제쳐
최고 시속 322㎞·출력 350㎾
성능 높아진 3세대 경주차로
내마모성 등 각종 데이터 수집

국제자동차연맹(FIA) 주관 전기차 레이싱 대회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이 열린 지난 14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해발고도가 2250m에 이르는 이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오토드로모 헤르마노스 로드리게스' 서킷에선 관중 4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기 경주차 10여 대가 2열로 줄지어 섰다. 5개의 적색등이 차례로 켜지고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경주차들은 고주파의 모터 소리를 내면서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이들 차량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전기차 레이싱 타이어 '아이온(iON)'을 장착한 것이다.

약 1시간 동안 치열하게 펼쳐진 이번 개막전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미국 '아발란체 안드레티 포뮬러 E' 팀의 제이크 데니스. 긴 직선 구간과 19개 코너로 구성된 서킷에서 경쟁 선수들의 견제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데니스는 선두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후 데니스는 "타이어가 기대보다 훨씬 훌륭한 성능을 발휘했다"며 "아침 기온이 서늘해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레이싱 내내 일관된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말했다.

모터스포츠 대회는 파워트레인과 타이어 등을 극한의 환경에 노출시켜 제품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장이다. 모터스포츠에선 극단적인 코너링과 제동을 펼치는 와중에도 자동차 성능을 뒷받침하는 타이어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대회 주최 측은 타이어 공급사에 까다로운 제품 스펙을 요구한다. 타이어업계에선 대회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타이어 기술력이 일정 수준에 오른 업체로 여긴다.

포뮬러 E는 포르쉐, 마세라티, 맥라렌, 재규어, 닛산, 니오 등 11개 팀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경주 대회다. 참가 선수 모두 동일한 타이어를 사용한다. 9번째 시즌으로 열린 이번 대회부터는 3세대 경주차가 사용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2㎞, 최고 출력은 350㎾ 등에 이른다. 2세대 경주차와 비교했을 때 최고 속도는 시속 40㎞가량 빨라졌고, 출력은 100㎾ 높아졌다. 경주차의 성능이 높아진 만큼 타이어 스펙도 이를 따라가야 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차량 성능을 완벽히 뒷받침해주는 것"이라며 "더 빠르고, 더 출력이 높은 고성능 전기차를 한국타이어가 완벽하게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공급사로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이어 공급사는 경기 중에 발생한 특이 사항을 빼먹지 않고 수집한다. 예컨대 특정 콤파운드(고무 반제품)를 사용했을 때는 타이어가 어느 속도까지 버텨내는지 등의 정보가 핵심 수집 대상이다. 이 때문에 경주에서 사용된 타이어는 전량 회수된다. 기술 노하우가 경쟁사에 흘러들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경기 중에 떨어져 나간 타이어 조각조차 서킷 위에 방치하지 않는다.

전기차 타이어는 내연기관차 타이어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엔진 대신 모터가 탑재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순간적으로 더 강한 힘을 내기 때문에 내마모성이 높아야 한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발생하는 회전 저항은 더 낮아야 한다.

포뮬러 E는 2014년 처음 열렸다. 그동안 미쉐린이 타이어 독점 공급사로 참여하다가 이번 대회부터 한국타이어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번 시즌9 대회는 멕시코시티 개막전을 시작으로 오는 7월까지 로마 등 11개국 주요 도시에서 총 16라운드로 진행된다. 2라운드 대회는 오는 28~2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스트리트 서킷에서 열린다.

한편 내연기관차로 경주하는 포뮬러1(F1)에는 2011년부터 피렐리가 타이어 독점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경주 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일은 기술력을 검증하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마케팅 차원에서도 효과가 높기 때문에 공급사 선정 시 타이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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