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탓에".. 차례상은 ‘밀키트’, 선물은 ‘중고’로
간편식 대체 등 간소화 필요성 대두
차례상 표준화 방안..가족 ‘합의’ 필요
온라인 플랫폼, 중고거래서 선물 골라
합리적 거래 기회 “수요·필요 충족”
일상회복이라고 하지만, 가계 사정은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지난해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장바구니 부담은 커지고, 지갑은 얄팍해진 탓입니다.
웬만한 차례상 차리긴 고사하고 설 선물이다 가족이며 친구, 직장·지인들까지 일일이 챙겨 준비하려니 비용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급기야 고물가 여파 속에서 상차림 피로도가 커진 나머지, 상당수 소비자들은 밀키트(Meal(식사) + Kit(키트, 세트) 합성. 조리 바로 직전의 간편식)까지 상차림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정부지 물가에, 간소화한 상차림조차 부담이 되는데다 식재료를 아끼려 발품 팔기도 여의찮은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됩니다
설 선물 준비엔 온라인 플랫폼이 ‘알뜰 소비’ 창구로 떠올랐습니다.
■ 고물가 등 부담.. “간편식 등, 상차림 이용하겠다”
HR테크 기업인 인크루트가 이달 초 회원 828명 대상으로 ‘이번 설 명절 부담감과 준비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설 차례상 차림에 대해 묻자, 응답자 66.7%가 ‘간소화 할 것’이라 답했습니다. 이가운데 46.7%가 ‘직접 만들고 간편식과 밀키트를 일부 활용할 것’, 9.6%가 ‘간편식 또는 밀키트 제품으로만 차릴 것’이라 답했습니다.
이와중에도 ‘간소화 없이 차례 음식을 직접 다 만들 것’이란 응답은 28.7%,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4.6%로 나타났습니다.
‘간소화’ 이유(복수응답)는 ‘가사노동 부담을 덜기 위해’(47.6%)가 가장 많았고 ‘고물가 영향에 따른 재료비 부담’(44.0%), ‘직접 만듦보다 빠르고 효율적’(37.6%) 등 순입니다.
준비에 따른 노동력 투입도 문제지만, 고물가로 인한 비용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년 만에 가장 높은 5.1%를 기록했습니다.
제주만 해도 7~8%대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부담을 키웠습니다.
■ ‘차례상 표준화 방안’ 제시.. “가족 갈등 등 없애는게 목표”
차례상 간소화 트렌드와 맞물려, 실제 지난해 9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성균관)는 명절 차례상 부담과 관련한 여론에 간소화된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어 지난 16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 등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간소화된 차례상을 제시했습니다.
예시로는 떡국, 나물, 구이, 김치, 술(잔), 과일 4종 등 9가지 음식을 올린 차례상을 보기로 제시하고,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종류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4~6가지를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성균관은 오는 9월 시대 흐름에 맞춰 정식 제사를 어떻게 할지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같은 표준안 제시 등에 대해 성균관 측은 “간소화·표준화 발표를 기준으로 가족과 상의해서 하면 될 것”이라며 “가족 간 갈등을 없애는 것이 저희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 “중고면 어때”.. 온라인 플랫폼서 설빔, 선물 검색
고물가 속 설 선물도 주머니를 옥죄는 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명절을 맞아 자녀 등의 설빔 또는 가족·지인 등에 줄 선물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고 구매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양상입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설 명절을 앞두고서 지난 11∼15일 중고거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에선 ‘한복’이 검색 순위 10위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위는 평소 거래가 많은 가구나 노트북 등으로, 설빔 등 한복 수요가 늘어난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마켓측은 설명했습니다.
■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 선물세트 거래 ‘한창’
특히 연휴 막바지나 이후에 주로 ‘팔려고’ 내놓는 물량이 많던 선물세트의 ‘구매’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게 눈에 띱니다.
유독 높은 물가로 장바구니 부담은 커진데다 설 선물을 싸게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 지역내 중고거래 현황만 살펴봐도 20일 현재 일찌감치 팔겠다며 내놓은 세트들이 적잖이 풀린 상태입니다.
'설 선물' ‘세트’ 등을 검색하면 포장도 뜯지 않은 미개봉 물품이나, 새 상품을 판다는 글이 쉬지 않고 올라옵니다.
명절 단골인 스팸이나 햄, 참치와 각종 조미료, 통조림. 그리고 과일과 곶감, 화장품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전문적으로 선물을 다루는 업체로 추정되는 곳도 일부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설을 앞두고 받은 선물이거나 많아서 다시 팔거나 나누는 경우입니다.
시중 가격보다 물론 저렴합니다. 참치나 스팸 등 선물세트들은 시중가 절반 수준입니다.
3만 원 가격의 햄이나 식용유세트는 1만5,000원 정도, 7만 원대 한과세트가 4만원 중반에 거래 중입니다. 1만 원대 선물세트는 대부분 ‘거래완료’일 정도로 수요가 많습니다.
5만 원대 사과 선물세트를 3만 원에 구입하고, 일부 조미료 세트를 몇 개 더 구입했다는 이모 씨(42. 직장인)는 “그래도 모처럼 맞은 명절이라 주변에 전할 선물을 찾는데, 가격대가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며 “새 상품들인데다 상태도 괜찮아 만족한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선물들 전부는 필요 없을 듯해 일부를 내놨다는 김모 씨(30. 직장인)는 “어차피 나한테 필요 없는 것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중고 거래를 찾게 됐다”며 “높은 물가에 지출 규모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면서, 조금이라도 여윳돈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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