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리 딸도 인터넷 주문해요"...명절 특수 사라진 전통시장

김도엽 기자, 하수민 기자 2023. 1.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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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편의 3평 남짓한 가게에서 25년간 채소를 팔아온 이종남씨(57)는 "대목이 죽었다"는 말을 되뇌었다.

17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식료품 가게 직원으로 일한 김모씨(56)는 "코로나19(COVID-19) 전에는 명절 선물세트를 쫙 깔아뒀는데, 지금은 선물세트를 없앴다"며 "온라인이 잘 돼 있어서 사람들이 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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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식료품점 골목. 24곳의 점포가 운영 중인 가운데 골목에 채 20명이 안 되는 시민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 손님을 받고 있는 점포는 3~4곳에 불과했다./사진=김도엽 기자


"당장 우리 딸부터 인터넷으로 주문하는데 다른 젊은 손님이 오겠어요?"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편의 3평 남짓한 가게에서 25년간 채소를 팔아온 이종남씨(57)는 "대목이 죽었다"는 말을 되뇌었다. 전기난로를 켠 가게 안에는 이씨의 딸이 부추 손질을 돕고 있었다. 이씨는 "평일보다 정말 조금 낫다"며 "손님들은 재래시장을 갈수록 더 안 찾는다"고 말했다.

설을 하루 앞둔 전통시장이었지만 '명절 대목'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온라인 마켓의 발달과 명절 차례상을 간소하게 치르려는 분위기에 시장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시장을 찾는 손님 숫자가 평일과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11시쯤 남대문시장 식료품 골목에 문을 연 점포는 24곳이었고 골목을 지나는 손님들은 20명이 채 안 됐다. 점포의 점원들은 체감온도 섭씨 영하 10도의 날씨에 장갑과 털모자로 추위를 버티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17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식료품 가게 직원으로 일한 김모씨(56)는 "코로나19(COVID-19) 전에는 명절 선물세트를 쫙 깔아뒀는데, 지금은 선물세트를 없앴다"며 "온라인이 잘 돼 있어서 사람들이 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집도 종손인데 차츰 제사를 줄이고 있다"며 "설과 추석이면 증조어르신까지 모셨는데, 지금은 추석이 아닌 설에만 할아버지, 할머니까지만 모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료품 쇼핑 거래액은 2019년 11월 1조1867억원에서 2022년 11월 2조4015억원으로 3년 사이 2배 넘게 성장했다.

반면 전통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숫자는 2020년 2월 1451개에서 2022년 6월 1402개로 2년 사이 49곳의 전통시장이 문을 닫았다. 남대문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문을 닫은 상가가 20%쯤 된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중심거리. 남대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한 신종철씨(75)가 한산한 거리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남대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했다는 신종철씨(75)는 온라인 마켓의 발달이 전통시장의 쇠락과 관계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어느 한쪽은 죽게 돼 있는데. 그게 재래시장이 죽는거다"며 "젊은 사람들은 다 인터넷으로 사고 여기는 구경 한 번씩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남대문시장 식료품 골목에서 만난 손님들은 51세부터 72세까지 중장년층이었다. 남대문시장 중심거리에서 만난 최모씨(28)는 친구들과 시장을 구경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용품보다는 친구들과 노점에서 음식을 먹으러 왔다"며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인터넷이나 마트를 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남대문 시장을 애용했다는 정지희씨(72)는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도 그대로고 손님들도 그대로다"며 "우리가 가고 나면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청년층의 시장 유입을 위해) 정부의 시장 활성화 사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작년부터는 서울시·중구청과 시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서 올해에는 시장에 지붕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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