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정희·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영화 같은 사랑’···영화계 애도 물결

오경민 기자 2023. 1.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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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정희씨가 2011년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에서 프레데릭 미테랑 문화부장관으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 dans l‘ordre des Arts et Lettres)를 수상했다. 훈장 수여식 후 윤정희씨가 남편 백건우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세상을 뜬 배우 윤정희씨(79)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77)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였다. 아내의 시사회장에 남편이, 남편의 공연장에 아내가 있었다.

두 사람은 1972년 독일 뮌헨에서 고 윤이상 작곡가의 오페라 <심청>의 세계 초연을 보러갔다가 처음 만났다. 윤씨는 이미 톱배우였지만 당시 막 떠오르는 연주자였던 백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에 살아 윤씨를 잘 알지 못했다. 윤씨는 2010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말 한마디 없던 그가 나에게 갑자기 꽃 한 송이를 건네 깜짝 놀랐다. 하지만 촬영 일정 때문에 서울로 돌아온 뒤 그를 잠시 잊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2년 뒤, 윤씨가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가고 백씨도 파리에 정착하면서 두 사람은 우연히 한 식당에서 다시 마주쳤다. 영화,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백씨는 영화 없이 못 사는 사람이었고, 윤씨는 음악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었다. 윤씨는 그때 ‘천생연분’임을 알았다고 한다. 백씨는 ‘지붕 밑의 작은 집이라도 얻자’고 했고, 두 사람은 몽마르트 언덕의 낡은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1976년 결혼했다. 결혼식은 이응로 화백 집에서 조촐하게 했다. 혼수, 부모 없이 전통 한복을 입고 결혼을 치렀다. 신혼생활도 검소했다. 1970년대 입주한 집에 오래도록 살았다.

백씨의 공연 일정, 윤씨의 영화제 일정 등에 두 사람은 함께 나타났다. 백씨는 윤씨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2010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어떻게 그렇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지, 비록 아내지만 나도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17년 기자간담회 때는 “(아내는) 제게 가장 엄한 평론가이고 제 음악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백씨의 연주회 때면 긴장해서 눈을 뜰 수 없어 항상 감고 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딸 하나를 두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씨다.

백건우·윤정희씨 부부의 결혼식 모습. 경향신문 자료 사진.

윤씨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화계에는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김혜수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고인의 사진을 여러 장 게시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배우 한지일씨도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대배우 선배들과 연기를 한다는 게 참 힘들었던 저에게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셨다”며 “하늘나라에 가셨다는 소식을 접하니 마음이 무척 아프다. 하늘에서도 그토록 사랑하셨던 영화 많이 출연하셔라”라는 글을 덧붙였다. 고인과 <효녀 심청> <궁녀>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고 신상옥 감독의 아들 신정균 감독도 “부디 하늘나라에서 먼저 가신 동료 선후배 영화인들과 함께 영면하시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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