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시각] 자기계발을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성공하는 방법만을 탐구할뿐
성공이 무엇인지는 묻지않아
신년이 밝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의 다짐과 결심을 한다. 그런 '신년 다짐'은 많은 경우 자기계발적인 소망들로 채워져 있다. 매일 꾸준히 운동하여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거나, 열심히 경력을 쌓아 취업이나 이직에 성공하겠다거나,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하여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다짐 같은 것들이다.
그런 자기계발의 성공을 위해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출판 시장만 보더라도 국내외의 자기계발서들이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나아가 자기계발 유튜버 숫자도 상당하여 동기부여, 성공 비법, 부수입 자동 수익화, 투자 기술 등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하나의 거대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몸 가꾸기 같은 소소한 자기계발이랄 것도 있지만 상당한 경우 자기계발은 '물질적인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있다. 최근 불고 있는 부캐 또는 N잡러 유행 또한 본업 이외에서도 수익을 창출해보자는 열망과 맞닿아 있다. 갓생을 살자는 '성실성의 추구'도 단순히 기쁨을 누리겠다는 것보다 실질적인 성공을 얻겠다는 의지로 불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바란다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의 자기계발 산업을 대할 때는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 유튜버, 강사, 작가 등은 하나같이 '성공'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전제해두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를 위한 방법들은 대개 다음과 같다.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할 것, 틈새 시간을 잘 활용할 것, 성실하게 하나의 일에 집중할 것,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몰입할 것 같은 식의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성공을 위한 '수단'에 대한 말이다. 대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열심히 살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끈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자기계발 담론들이 성공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성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 최고가 되든 100억을 벌든 매달 자동으로 1억씩 들어오든, 오직 그런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할 것을 주문할 뿐 그런 성공 자체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해보도록 권유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 성공에 대한 고민과 성찰 자체일 수도 있다.
저녁도 주말도 없이 남들보다 10배 더 열심히 일하면 당연히 업계에서 남들을 이길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아침의 풍경을 바라볼 여유, 삶을 돌아보며 추억을 상기하고 사랑할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성공이 마냥 나쁜 건 아니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더 소중한 가치들을 가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되어 기차 밖의 풍경 따위는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고, 마주 앉은 사람의 얼굴조차 잊게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일전에 자기계발서 한 권을 읽으면서 '이 자기계발서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쓴 책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나라면 주말에 일하기보다는 아이랑 놀아주고, 가족과 나들이 가는 쪽을 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이 시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의 가치를 등한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덮어버렸다.
누구에게나 저마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고 소중한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 가치 중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그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마냥 타인의 성공을 좇거나 타인의 가치만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가치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나는 그런 '나만의 가치'에 집중하기로 신년 결심을 세웠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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