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민의 노크] 중국 전기차의 역습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자동차 수출 2위 국가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총 2700만대로,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수출 대수는 약 311만대에 이른다.
이 같은 수출 대열의 선두에는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BYD가 있다. BYD는 지난해 순수전기차 91만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95만대 등 전동화 자동차 186만대를 판매했다. 1년 만에 152% 늘어난 실적이다. BYD는 올해 전동화 차 목표 생산량을 400만대로 잡고 있다. 로고 모양이 비슷해 한때 'BMW 짝퉁'으로 취급되던(지금은 과거 기아와 비슷하다) BYD는 어떻게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으로 성장했나.
BYD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만들던 회사였다.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시점은 2003년이었다. 파산 직전에 있던 한 국영 자동차 회사를 인수했다. 내연기관차부터 만들었다. 첫 모델인 소형 세단 'F3'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차다. 내수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긴 했지만 BYD는 저가 차 이미지가 강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BYD가 2010년대 중반 사업의 무게중심을 전기차로 옮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BYD는 수직 계열화의 대명사다. 전기차 업체들 중 배터리까지 내재화한 기업은 BYD가 유일하다.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생산 차질을 겪는 동안 BYD는 승승장구했다. 내수 시장에선 테슬라마저 제쳤다.
BYD의 약진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도 주효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전기차 산업 육성책을 내놨다. 2020년까지 전기차 연간 생산 200만대,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2020년이 되자 2025년까지 신차 판매량 중 신에너지 차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맞춰 등록세 면제 혜택과 구매 보조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 4대 중 1대는 신에너지 차로, 중국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내수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BYD는 이제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브라질, 칠레, 인도, 말레이시아 등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신흥시장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까지 뻗어가고 있다. 한국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전기버스 등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자리 잡은 BYD는 상표권을 미리 등록해놓는 등 한국 승용차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저가 자동차 브랜드라고 평하기에는 BYD가 너무 커졌다. BYD는 에너지효율이 높은 '블레이드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고, 여러 고성능 차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플랫폼 3.0'을 도입했다. BYD 설명에 따르면 이 플랫폼을 이용한 최고 사양의 차량은 1회 완전충전 시 966㎞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을 앞세워 럭셔리 전기차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현재 BYD 차량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아우디 디자인을 총괄했던 볼프강 에거다.
BYD 사례는 그동안 '짝퉁 브랜드'의 산실로 여겨져온 중국이 이제는 전기차라는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오리지널 브랜드' 제조국으로 올라서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광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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