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제2둔촌주공 사태 올까" 공사비 갈등에 속타는 계약자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센트레빌프리제'(신성빌라 재건축) 현장은 이달 초 공사를 멈췄다. 2021년 12월 착공해 올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해당 현장은 공사 진행률 40% 수준에서 진행이 중단됐다.
2020년 11월 신성빌라 재건축 조합은 동부건설과 3.3㎡당 공사비 약 712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시공사인 동부건설이 설계 변경과 물가 상승분 반영을 들어 제출한 공사비 증액안을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증액 요구 금액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원자재 값이 다 오르다 보니 현재 조건으로 도저히 공사 진행이 힘들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아직 재개되지 못했다. 지난 18일 공사비 증액 범위를 놓고 양측이 2차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최대 재건축 단지로 손꼽히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지난달 조합에 '공사비 증액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공동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을 막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현재 2개월의 공사 기간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해당 계좌는 일반분양 대금과 임대물량 매각대금, 조합원 분담금 등의 비용이 입금돼 시공사 동의가 없으면 출금이 불가하다.
삼성물산 측은 "조합이 초과이익 환수금액을 줄이기 위해 조경, 커뮤니티 등 각종 특화설계를 요청했고 이로 인해 공사비가 1560억원 늘었다"면서 "공사비 증액 반영을 요청했지만 조합 내부 사정 등 이유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2021년 일반분양 당시 건축비는 3.3㎡당 930만~1300만원이었다. 최근 분양을 마친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건축비는 1700만~2200만원 선이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당초 8월로 계획된 준공·입주일이 10월로 미뤄졌다. 입주 시기에 맞춰 이사를 준비하던 입주 예정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9일에는 공사 감리업체 두 곳이 조합 측에 미납한 감리용역비 31억원을 이달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입주 일자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현장에서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GS건설 간 합의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지난해 금리와 자재비 인상을 이유로 공사비를 4700억원가량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조합은 이 중 약 1980억원에 대한 증액에 합의했다. 나머지 추가 인상분에 대한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 재개발)도 시공사업단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조합이 응하지 않아 지난해 6월로 예정됐던 착공이 현재까지 밀린 상태다. 같은 해 11월 계획됐던 일반분양도 연기됐다. 공덕1구역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건 2018년 4월로,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을 못한 셈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신반포4지구는 설계변경으로 1900억원의 공사비 인상분에 대한 한국부동산원 검증 결과가 오는 4월께 나올 예정"이라면서 "그외 물가 인상과 금융 비용도 조합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덕1구역의 경우 정확한 금액은 밝힐 수가 없고 양측이 조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 직접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148.70으로, 2년 전에 비해 23.6% 상승했다. 특정 기준 이상으로 공사비가 오르면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제도를 통해 인상 비율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시공사나 조합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강행 규정은 없다. 둔촌주공도 공사비 검증 제도를 이용했음에도 시공사와 조합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잿값과 이에 따른 인건비가 20% 이상 폭증했다"며 "공공공사의 경우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나 민간공사는 초기 계약부터 총액을 확정하다 보니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잘 인정하지 않는 조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발주 공사 계약서에 '공사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특약을 넣는 시공사도 간혹 있으나 물가변동이란 사실상 불가항력적 사유이므로 특약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심한 경우 시공사와 조합 간 법정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입주 일자가 정해진 선분양 주택임을 고려할 때 공기가 연장돼도 입주가 6개월 이상 지연되는 사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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