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살았던 배우 윤정희, 알츠하이머 투병 중 별세
[앵커]
우리나라 1세대 영화배우로 평생을 영화에 헌신했던 윤정희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향년 79세로 별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앓던 윤 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논란을 빚었던 성년후견인 소송은 종결될 전망입니다.
홍상희 기자입니다.
[기자]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도 작별을 할 시간.]
영화배우 윤정희 씨가 향년 79세로 별세했습니다.
알츠하이머와 투병하며 살아오던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생 시절 신인배우 공모전에 참가해 1,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하자마자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휩쓸었고 '강명화' '안개', '독짓는 늙은이' 등 3백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문희, 남정임 배우와 함께 1960년대 트로이카 배우 시대를 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윤 씨는 1970년대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올랐고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만나 결혼했습니다.
1994년 영화 '만무방' 이후 영화 활동을 중단했지만,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로 16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시'는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고, 윤 씨에게 세 번째 대종상을 안겼습니다.
데뷔 50주년을 맞아 열린 2016년 회고전에서 윤정희 배우는 영화는 인생을 그리는 것이라며 삶의 마지막까지 작품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故 윤정희 / 배우 (2016년 인터뷰) : 제 나이 또래 인생의 고민을 그리는 것도 좋겠죠. 스태프와 시나리오만 좋으면 저는 언제라도 날라올 것입니다.]
그러나 '시' 촬영 당시 이미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으로 투병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다시 관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긴 투병 생활 가운데 지난해에는 한국에 있는 윤 씨의 형제들이 백건우 씨와 딸을 대상으로 후견인 지위 이의 신청 소송을 제기하는 가족 간 갈등이 불거졌지만 윤 씨의 사망으로 소송은 종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생을 한국 영화에 헌신한 윤정희 배우는 영화 속 시처럼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꿈꾸다 영면에 들었습니다.
[故 윤정희 / 배우 (2010년 인터뷰) : 우리나라 영화가 계속 환영받는 걸 원하고 있고요. 후배 영화인들은 재목들이 많기 때문에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YTN 홍상희입니다.
YTN 홍상희 (sa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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