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허가없이 中에 투자해!"…대만 정부, 폭스콘에 벌금 4억원

중국 파운드리 '칭화유니' 지분 무허가 취득 혐의

대만 당국이 정부 허가 없이 중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투자를 추진한 대만 폭스콘에 수억 원 대의 벌금을 부과했다.

20일 로이터통신·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는 전날 폭스콘에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중국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에 투자를 추진한 폭스콘에 1000만 대만달러(약 4억690만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경제부는 중국에 투자 또는 기술협력을 추진할 경우 준수해야 하는 양안(중국과 대만) 교류 관련 법규 '대만·대륙지구 인민관계조례'에 따른 투자심의위원회의 사전 허가를 거치지 않고 칭화유니 지분 8.23%를 한때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대만 기업이 해당 규정을 위반하면 당국으로부터 최대 2500만 대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폭스콘이 지난해 12월 16일 칭화유니의 지분을 자발적으로 처분하고, 그간 폭스콘이 대만에 투자한 사례를 고려해 벌금을 1000만 대만달러로 감액했다고 경제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당국자는 "폭스콘이 스스로 지분을 처분하고, 최근 3년간 대만에 204억 대만달러를 투자해 국내 일자리 7943개를 창출했다는 것 등을 고려해 벌금을 감액했다"고 말했다. 또 "폭스콘이 중국 본토 법원의 입찰 절차 일정을 파악할 수 없었다며, 고의로 사전 허가신청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해명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폭스콘이 향후 2년간 대만에 150억 대만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폭스콘은 대만을 연구개발(R&D)센터로 활용하고자 신타이베이정보단지·가오슝소프트단지·신뎬바오가오단지 등에 66억9100만 대만달러를, 신규 공장 설비에 48억6800만 대만달러, R&D 비용으로 33억9200만 대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폭스콘은 지난해 7월 사모펀드 출자 방식으로 칭화유니에 53억8000만 위안(약 9799억6700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혔었다. 폭스콘은 당시 자회사 폭스콘인더스트리얼인터넷을 통해 출자해 칭화유니 지분 8.3%를 취득, 2대 주주로 등극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이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등 안보상 우려를 거론하며 투자 철회를 촉구했고, 폭스콘은 투자 발표 5개월 만인 지난달 16일 칭화유니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칭화유니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와 함께 중국 대표 반도체 제조업체다. 앞서 칭화유니의 대주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였다. 그러나 과도한 투자로 2021년 7월 공식 파산했고, 이후 베이징시 주도의 기업 회생 절차를 통해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인 사모펀드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이 때문에 칭화유니가 중국공산당 소유의 국영기업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