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처럼 '새해 행운' 빌어볼까!..'홍콩 국제 설축제'로 만나는 홍콩문화여행

조성란 기자 2023. 1. 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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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 붉은색, 금색·분홍 꽃, 금붕어"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퍼즐이 잘 맞춰지지 않는 이 단어들은 홍콩인들이 '새해 행운'을 불러들이는 방법이다. 


2023년 계묘년 (癸卯年) 홍콩인처럼 새해 행운 부르고 부자되고 싶으면 집안을 대청소하고, 붉은 색, 분홍꽃으로 장식해보자. 전통적으로 붉은색은 행운을 불러들인다고 여긴다. 또 꽃의 화사함은 행복과 사랑을 상징한다. 


홍콩에는 첨단의 쇼핑몰과 노천식당이 즐비하고,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공존하지만, 유독 만 설 명절만큼은 전통 광동식을 충실하게 따른다. 음력 설은 홍콩에서 가장 중대한 명절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새해 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음력 12월이 되면 코앞에 다가온 설 준비로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홍콩인에게 있어 가장 큰 설맞이 준비는 '행운'을 맞이하는 것. 홍콩인처럼 새해 행운을 부르며 홍콩문화여행을 즐겨보자.


#홍콩인이 행운을 부르는법 '붉은색은 들이고 흑백은 멀리한다'

홍콩사람들은 음력설을 춘절(春節)라고 부른다. 현지 발음으로 '춘지에'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농업사회였던 중국은 구정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시작점으로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음력설은 아주 큰 명절이지만 한 달 전부터 명절을 준비하거나 정월 대보름까지 축제가 이어지진 않는다.


홍콩인은 설 명절을 앞두고 대대적인 대청소한다. 새해에 청소하는 것은 나쁜 운을 불러들인다고 믿기 때문에 미리 청소를 끝내는 것이다. 창을 열고 먼지를 털고, 집안의 공기를 바꾼 후에는 축복의 말을 적은 빨간 종이 춘련(春聯)을 기둥에 붙이고 붉은 등으로 집을 장식한다.

ⓒ홍콩관광청

어떤 집은 집안에 금붕어 어항을 들이기도 한다. 금붕어(goldfish)는 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홍콩인에게 매우 상서로운 동물이다. 몽콕에는 금붕어시장 거리가 따로 형성되어 있는데 새해를 맞아 더할 수 없이 바빠진다.

대신 홍콩에서는 새해에 검은색이나 흰색을 집안에 들여놓지 않는다. 검은색은 '악'을, 흰색은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홍콩인은 새해에 머리카락(髮)을 자르지 않는다. 머리카락의 fā라는 소릿값이 부자(發財)의 발음 fā cái와 비슷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은 곧 재물을 잃는 것이 된다.


#오렌지색, 분홍빛 꽃으로 새해 열기

홍콩은 새해가 되면 집안을 꽃으로 장식한다. 풍수적으로 화사함은 행운의 상징이기 때문에 홍콩인은 꽃을 좋아한다.

꽃시장 ⓒ홍콩관광청

홍콩 꽃시장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홍콩 지하철 '프린스 에드워드 역' B1 출구에서 몽콕 스타디움까지 걸어가노라면 도무지 꽃시장이 끝이 나지 않아 꽃멀미, 꽃현기증에 시달리게 된다. 마치 거대한 꽃의 도시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설 명절에 가장 인기 있는 꽃은 재물과 풍요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계열과, 사랑을 상징하는 화사한 핑크 계열이다.  


홍콩인은 집안을 금귤나무, 복숭아꽃, 양란 등으로 장식하는데 설 명절에 홍콩 거리를 지나다 보면 점포 앞에 내놓은 금귤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금귤나무에는 트리 장식처럼 홍빠오(빨간 돈봉투)가 매달려 있다. 운을 틔게 해준다는 뜻의 개운죽도 홍콩인이 선호하는 식물이다.

#문무묘를 찾아 소원 빌기

우리가 설날 아침 어르신께 세배를 드리듯 홍콩인은 인근 사원을 찾아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빈다. 우리나라 절들이 산속으로 들어간 것과 달리 홍콩의 사원은 도심 속 고층빌딩 입구, 아파트 현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 홍콩인은 만모사원을 찾아 새해 소원을 빈다

홍콩의 사원은 불교와 도교의 절충식이 대부분인데 현존하는 사원은 기본 100년은 됐다고 보면 된다. 홍콩섬 센트럴에 위치한 '만모사원'은 우리말로 문무묘(文武廟)로 해석된다. 이름처럼 무인의 신 '관우'와, 문인의 신 '공자'를 동시에 모시는 사원이다.

문무묘에는 공자의 황금붓 조각상이 있어 이곳에 대고 소원을 빌면 시험에 붙는다는 속설이 있다. 새해 아침, 홍콩의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빌고, 직장인은 승진시험에 붙게 해달라고 빈다.

만모사원 천정에는 나선형의 향불이 타오르고 있다. 향 하나가 전부 타는 데 4일이 걸린다고 한다. 향에 매달린 붉은 종이에는 수험생의 이름이 적혀 있어 향이 꺼지지 않고 다 타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매캐한 향내와 함께 피어오르는 뿌연 연기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 행운의 명절 음식 '푼초이'

설 하면 명절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원래부터 음식으로 유명한 홍콩이지만 설을 맞아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식탁으로 준비한다. 홍콩인은 섣달그믐에 연야반(年夜飯)을 먹는다. 서양식으로 말하면 크리스마스이브 만찬이다.

홍콩의 연야반을 대표하는 요리는 분채(盆菜)다. 광둥어로 푼초이(Poon Choi)라고 한다. 푼초이는 다양한 음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스테인레스 대야에 끓여 먹는 게 특징이다. 푼초이는 그믐밤에 든든하게 챙겨 먹음으로써 새해를 기운차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푼초이를 만드는 방식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보통 가장 아랫단에는 무가, 그 위에는 죽순과 오징어가 올라간다. 다시 그 위로 돼지고기가 올라가고, 다시 그 위에는 버섯과 야채를 올린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는 생선과 어묵, 해삼, 새우, 닭, 오리, 전복, 상어지느러미 등을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육수를 붓는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푼초이를 만들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홍콩인은 보통 가까운 식당을 이용한다.

#홍콩식 소시지 먹는 법

홍콩인은 새해에 따끈한 밥에 홍콩식 소시지를 곁들여 먹는다. 윙와(Wing Wah)는 70년 역사의 홍콩의 로컬 베이커리로 월병, 쿠키, 에그롤이 맛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명절이 되면 홍콩사람들은 홍콩 소시지 라장(臘腸)을 사기 위해 '윙와'를 방문한다.

베이커리에서 소시지를 파는 게 신기하지만 홍콩인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라장은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장시간 널어 말린 소시지로 풍미가 매우 독특하다. 홍콩사람들은 라장을 먹을 때 일반 소시지처럼 굽거나 삶는 대신 밥 위에 얹어 찌거나, 잘게 썰어 채소와 함께 볶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래떡의 단면이 엽전을 닮아 부자 되라는 의미로 새해에 떡국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홍콩식 소시지도 그 단면이 동전을 닮아 새해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는지.

#행운의 디저트 요리

홍콩에서는 설맞이 축제가 보름간 이어진다.


축제가 끝나는 날은 우리의 정월 대보름이다. 이날은 중화권에서는 원소절이라고 부르는데 홍콩인은 전통음식 탕위안(湯圓)을 만들어 먹으면서 춘절을 마무리 짓는다.


탕위안은 찹쌀 경단을 물에 삶아서 만든다. 탕위안의 동그란 모양이 가정의 화목을 상징하므로 새해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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