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빠지는 소값···그런데 늘어난 한우 사육량 왜

반기웅 기자 2023. 1. 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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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법곳동 한 한우 농가에서 주인이 사료를 주며 소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우 도매가격 하락으로 소 키우는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4분기 한·육우 사육 마릿수가 1년 전보다 10만마리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연간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급은 늘고, 경기 둔화 등으로 소비는 줄면서 당분간 한우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축동향조사를 보면 국내 한우·육우 사육 마릿수는 369만4000마리로 1년 전보다 10만4000마리(2.9%) 늘었다. 6개월 이내 도축·출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2세 이상 사육 마릿수는 154만6000마리로 전년 같은 기간(147만1000만리)보다 7만5000마리 늘었다.

한우 사육 규모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국민지원금 등 가처분 소득이 늘고 거리 두기 조치로 집밥 수요도 커지면서 한우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정 내 소고기(한우) 구매량은 2019년 15.3kg에서 2021년 16.6kg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우 도매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농가는 사육 마릿수 늘렸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한우 사육 마릿수는 307만8000마리였으나 지난해 355만7000마리로 역대 최고치를 썼다.

사육 마릿수가 늘면서 한우 공급량도 늘었다. 지난달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낸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도축 마릿수는 전년(79만마리)보다 6만마리 늘어난 85만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농경연은 내년에는 도축 마릿수가 100만마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한우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지난해 1∼9월 가정 내 한우고기 구매량은 12.0kg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줄었다. 한우 소비가 급감하면서 재고도 늘어 지난해 10월 기준 재고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3% 급증했다. 특히 정육류는 같은 기간과 비교해 재고량이 89.6% 증가했다.

한우 도매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한우 도매가격은 kg당 1만3490원으로 1년 전 1만8529원보다 27.1% 감소했다.

한우농가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료 업계의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즐거워야 할 설 대목에 한우 도매가격은 최저가를 갱신하며 농가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최소한의 농가 생계안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사료업계도 상생과 협력의 자세로 사룟값 인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큰 폭으로 하락한 한우 도매 가격과 달리 소비자 가격은 내림 폭은 크지 않다. 1등급 한우 등심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19일 기준 ㎏당 9만8550원으로, 1년 전인 11만3200원보다 12.9% 떨어지는 데 그쳤다. 여러 단계의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는데다 비싸도 팔리는 ‘사치재’ 성격이 짙다보니 산지·도매 하락분이 소비자 가격에 더디게 반영되는 것이다. 고급 식자재로 간주되는 한우 특성을 감안하면 한우 소비량은 향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농경연은 “내년 한우 산업은 공급과잉으로 도매 가격 약세가 지속돼 농가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해외여행 수요 증가 등으로 한우고기 수요층 이탈할 경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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