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난방비 폭탄···“이 고지서가 맞아?”

박순봉·박상영 기자 2023. 1. 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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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연동 LNG 수입액 급등 여파
올 2분기 가스요금 추가 인상 예고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지난 19일 아파트 관리비를 고지받고 세부 항목을 꼼꼼히 따져봤다. 총 41만3920원이 나왔는데 한 달 전 부과된 금액보다 13만5030원 늘었기 때문이다. 관리비가 급등한 주요인은 난방비였다. 난방비가 지난해 11월 8만800원에서 한 달만에 19만3050원으로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A씨는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난방 온도를 설정했는데 난방비가 크게 올랐다”며 “25평(공급면적 85㎡) 아파트에 40만원대 관리비가 나오는 건 너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도시가스 요금 급등 여파로 난방비가 상승하면서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난방비가 10만원 이상 올랐다” “아파트 관리비가 폭등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구로구에 사는 B씨도 작년 12월분 가스요금이 11만원 이상 나왔다. 6만원대였던 전달에 비해 거의 2배 오른 셈이다. B씨는 “고지서에 가스요금 그래프만 수직 상승했다”며 “왜 요금이 올랐는지 설명이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가스·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된 지난해 9월30일 서울 도심의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문재원 기자

중앙난방 아파트의 경우 요금 인상 폭이 더 컸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C씨는 50만원이 넘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보고 크게 놀랐다. C씨는 중앙난방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개별적으로 온도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요금 인상에 무방비 상태다. C씨가 사는 아파트에는 ‘우크라이나전 영향으로 가스 가격이 올랐고 아파트 노후화로 춥다는 세대 기준으로 난방을 하다보니 부담이 커졌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C씨는 “낮에는 더울 때도 있었는데 온도 조절을 못했다”며 “난방비가 오른 걸 보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는 “난방비만 36만원이래요. 진짜 너무 한 것 같아요” “30평대인데 26만원 나왔어요. 30만~40만원씩 나온 분들 있어서 선방한 것 같아요” “혹시 난방비 안녕들하신가요? 32평 아파트 관리비만 50만원 나왔어요” “관리비 미쳤네요. 20평대에 거실하고 방 하나에만 난방을 트는데 30만원 나왔어요”라고 쓴 게시물이 올라왔다.

난방비 급등 이유는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LNG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34.24달러로 전년(15.04달러)대비 128% 올랐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LNG 수입 물량은 4639만4832t(톤)으로 전년(4593만1842t)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수입액은 2021년 254억5278만달러(약 31조4494억원)에서 2022년 500억2218만달러(약 61조8174억원)으로 폭증했다. 수입 물량은 고작 1% 늘었는데, 지불한 돈은 거의 2배가 됐다.

정부는 물가상승을 우려해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주택용 및 산업용 요금 기준으로 메가줄(MJ·가스사용 열량 단위)당 5.47원 올린 여파가 크다. 도시가스 요금이 오르면서 지역난방 열요금도 함께 뛰었다. 메가칼로리(Mcal) 당 65.23원이었던 주택용 열요금은 지난해 10월 89.88원을 기록해 8개월 새 37.8% 뛰었다.

문제는 올해 1분기 동결된 가스요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작년에 LNG 수입액이 크게 늘면서 가스공사는 이미 대형 손실을 입었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가스요금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2022년 8조8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이란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해 생긴 영업 손실금이다. 작년에 LNG 수입액은 크게 늘었지만 물가상승을 막고자 요금을 그만큼 올리지 않은 결과다.

앞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전기·가스 요금 조정안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동절기 난방비 부담 등을 감안해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했다”면서도 “2분기 이후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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