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조항 손질한 美 FDA…업계 "영향 미미, 아직 대안 없어"
미국 내 의약품 허가에 필요했던 비임상 동물실험 자료가 다른 실험으로 대체 가능해졌다. 이른바 '동물실험 대체법'이다. 그동안 필수였던 동물실험이 대체 가능해지면서 관련 업계 타격을 우려하는 시선이 뒤따른다. 하지만 당장 비임상 단계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확인에 확실한 대안이 없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2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앞으로 동물실험 자료 없이 의약품 허가가 가능하도록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비임상 시험의 예시는 동물실험을 비롯해 △세포 기반 어세이 △조직칩 및 미세생리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기타 바이오프린팅과 같은 비인체 또는 인체 생물학기반 시험방법 등 5가지 영역으로 확대됐다.
의약품 개발에 있어 동물실험은 비임상 단계 핵심 수단으로 활용됐다. 인체에 적용하기 전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생체 모델로 설치류와 영장류 등 다양한 동물을 활용한다. 연간 수억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FDA 역시 지난 80년 이상 동물실험 자료를 의약품 허가 단계에서 비임상 자료로 요구했다.
의약품 개발을 통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과 살아있는 동물을 실험에 활용하는 윤리 문제는 제약업계 안팎에서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 됐다. 최근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동물시험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의약품과 유사한 화학요법으로 개발되는 화장품 분야에선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실험 자제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0여개 국가가 동물실험을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실험 대체법에 따라 제약사는 허가를 위해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으로 도출된 데이터를 동물실험 자료 대신 제출할 수 있다. 또 공중보건법 역시 개정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승인 신청시 필요한 독성 평가 규정에도 동물실험 대체법이 적용될 수 있게 했다. 미국에서만 연간 약 8만건이 행해지는 동물실험을 줄일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법 개정이 당장 동물실험 건수를 현저히 줄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직 동물실험을 대체할 비임상 평가 수단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보수적 성향이 두드러진 FDA 독성학자들이 동물이 안락사 된 후 모든 장기에서 잠재적 약물 독성 영향을 조사할 수 있어 부분적으로 동물실험을 선호하고 있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동물실험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시선도 유사하다. 의무화 조항 삭제로 선택지가 늘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방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다른 비임상 수단을 선택하기엔 제약사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물실험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준 만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란 시각이다.
국내 최초의 민간 영장류 연구시설을 보유한 키프라임리서치의 김동일 대표는 "실제로 화장품 분야에선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시험 중단에 대한 움직임이 있지만 일부의 성과가 전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보다 난이도 있는 의약품 개발 분야에서 짧은 시간 안에 IT나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비임상이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국내 바이오벤처 최대 규모 마우스 실험센터를 보유한 지아이바이옴의 김영석 대표 역시 "동물을 활용한 비임상시험의 본질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본임상 진입에 앞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있다"며 "동물실험 대안으로 거론되는 컴퓨터 모델링이나 오가노이드 등은 효력·독성에 대한 정보를 부분적으로 제공할 수 있지만, 이런 데이터만으로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것은 아직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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