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목동 재건축 … 노른자는 5·7단지, 가성비는 12단지
지하철 9호선 가까운 1단지
유명 학군 몰려 있는 2·3단지
공공기여 20% 조항 갈등 불씨
4단지, 중심상권과 가깝지만
국회대로 지하화가 당면 과제
5·7단지 용적률 우수하고
교통·상권·학군 골고루 갖춰
6단지 신통기획 선정돼 속도
9·11 단지는 안전진단 탈락
12단지 외곽 위치해 가격 낮아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장 수혜를 본 지역 중 하나로 서울 양천구 목동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됐던 안전진단 기준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사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폭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 덕분에 이달 초 목동 3·5·7·10·12·14단지가 '조건부 재건축'에서 '즉시 재건축'으로 등급이 변경됐다. 3년 전 안전진단을 가장 먼저 통과한 6단지까지 포함하면 7개 단지가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5년 이상 시간을 끌던 목동 지구단위계획까지 통과돼 주민의 기대감이 높다.
392개 동에 달하는 이곳 초대형 단지는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6개를 끼고 양천구를 넘어 서울 서남권 주택시장을 대표한다. 강력한 학원가를 강점으로 내세워 서울 영등포·여의도는 물론 인천·부천·안산·광명·김포 등 수도권 서부 지역의 상류층이 좀 더 나은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을 찾아 들어왔다. 저층(5층) 아파트와 중·고층(15~20층) 아파트가 섞여 있어 14개 단지 용적률이 대부분 110~140%대로,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한 편이다. 3종 주거지역은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250%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으니 공간을 2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 '실거주 가치'와 '투자 가치'를 동시에 노리는 사람들이 목동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는 시공사와 평면, 조경이 모두 다르다. 행정구역은 1단지부터 7단지까지가 목동이고, 8단지부터 14단지까지는 신정동이다. 지하철 5호선이 지나는 오목로를 경계선으로 목동에 위치한 단지는 '앞단지'라 부르고, 신정동에 위치한 단지는 '뒷단지'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학군이나 학원 쪽에서 우위에 있는 앞단지가 시세를 이끌었는데 재건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뒷단지가 많이 따라왔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목동 1단지는 9호선 신목동역 역세권이다. 역까지 걸어서 5~15분 거리라 지하철 접근성이 좋지 않은 목동에선 가장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안양천길,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에 접근하기도 편리하다. 다만 인근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소음과 환경 유해성에 대한 우려는 늘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단점 때문에 목동 14개 단지 중에선 선호도가 낮았지만 9호선 개통 이후부터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열병합발전소 때문에 난방비 할인 혜택 등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2·3단지는 전통적으로 목동에서도 알아주는 단지였다. 파리공원이 근처에 있고 월촌초, 월촌중, 영도초, 신목중 등 목동에서도 유명한 학교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인근 근린상가에 목동 중심 학원가가 조성돼 있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목동 1~3단지의 가장 큰 문제는 2종 전용주거지역이라는 점이다. 최고 용적률을 200%까지 받을 수 있어 사업성이 떨어진다. 특히 2003년 양천구가 종 세분화 과정에서 다른 단지와 차별점이 없었는데도 3개 단지만 2종 주거지로 지정해 주민 불만이 매우 컸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목동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확정하면서 이들을 3종으로 상향하는 용도지역변경안을 통과시켜 큰 문제는 해결됐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목동 1~3단지가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추가로 짓는 아파트(5100여 가구)의 약 20%를 '공공기여(임대주택)'로 내놔야 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4·5단지는 북쪽으로 목동 중심 학원가, 남쪽으로 현대백화점 목동점 및 CGV, 행복한백화점, 교보문고 등이 밀집한 중심상업지구와 모두 가깝다. 5단지는 용적률이 117%로 목동 14개 단지 중에서 가장 낮다. 다른 지역과 맞붙은 1~4단지와 달리 동서남북 사면이 모두 목동 택지지구로만 둘러싸여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한다. 사실상 7단지와 함께 목동 아파트 시세를 이끌었던 단지라 할 수 있다.
4단지는 1382가구로 목동에선 소형 단지로 분류된다. 이곳은 단지 남측으로 국회대로가 지나가는데 최근 이를 지하화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방음벽이 걷히고 공원이 조성되면 7단지·홈플러스와 4단지를 단절했던 도보 동선이 살아나는 셈이라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국회대로 지하화 공사를 마치고 2025년 말까지 공원 조성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6단지는 용적률이 139.08%로 목동 아파트 중에선 떨어지지만 안전진단을 가장 먼저 통과해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르다. 서울시는 작년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6단지를 최종 선정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기획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기획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지는 학세권, 병세권, 강세권 등 이른바 '3세권' 입지라 실거주 가치가 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7단지는 목동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목동오거리, 5호선 오목교역·목동역에 접해 있다. 단지 규모가 2550가구로 목동 14개 단지 중에서 둘째로 큰 데다 용적률도 124.76%로 우수하다. 최고 평형이 35평에 불과해 과거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단지 주변에 하이페리온 1·2차와 트라팰리스 등 고급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단숨에 핵심 단지로 떠올랐다. 701~715동까지는 목운초, 716~734동은 서정초에 진학한다. 입지나 재건축 사업성 측면에서 뛰어나 목동 아파트 중에선 '랜드마크'로 꼽힌다.
목동 8단지는 저층 아파트 없이 중·고층으로만 이뤄져 있다. 7단지와 마찬가지로 현대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대한민국예술인센터 등 오목교역 일대에 집중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가 상당히 편한 입지다.
9단지 아파트는 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법을 끼고 있어 목동에선 '법조단지'로 불린다. 2030가구로 뒷단지 중에선 중심 역할을 하던 곳이다. 하지만 이 단지의 최대 단점은 2020년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해 안전진단을 주민 모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9단지 옆에 붙은 10단지는 2호선 지선 신정네거리역이 동별 위치에 따라 5~10분이면 걸어서 접근 가능하다. 신서초, 양명초 등이 주변에 있고 2160가구 대단지다.
11단지와 12단지는 목동 신시가지 단지 중 가장 외곽에 있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소음에 노출된 데다 11단지의 경우는 생활권이 목동보다는 구로구 고척동에 가까워 동일 평형 기준 아파트 가격이 다른 단지보다 낮았다. 하지만 2015년 9·2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된 뒤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다. 매매가격은 저렴한데 대지 지분이 다른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이다. 실제로 11단지와 12단지는 27평(공급평형) 기준 대지 지분이 각각 70.6㎡와 67.3㎡로 14개 단지 중에서 1·2위다. 20·27평 등 소형 평형만 있는 점도 시세에 눌림목으로 작용했지만 주민 의견 모으기가 쉬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강점이 됐다.
다만 11단지는 2021년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다. 13·14단지는 2호선 지선 양천구청역이 가깝다. 14단지는 목동 아파트 중에선 유일하게 3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다. 일부 가구는 재건축 이후 안양천 조망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3단지 역시 2280가구로 규모가 크다. 다만 용적률이 13단지는 161.25%, 14단지는 145.76%로 다른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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