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영화위해 한평생 바친 예술가" 영화계 추모 이어져(종합)
김동호 "1970∼80년대 관통한 명배우", 이장호 "연출부 말단이던 날 인격적 대우"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김정진 기자 = 1960∼80년대 '은막의 스타'로 불렸던 영화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영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리다 타계하셨는데 너무 안타깝다"면서 "회복되리라고 믿었는데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애도했다.
그는 "윤정희 배우는 한국영화사에서 1970∼80년대를 관통하면서 영화계를 대표하는 명배우였다. 아마 우리 영화계 역사에도 그렇게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인은 10여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왔다. 투병 초기에는 한국으로 발걸음을 종종 했으나 병세가 깊어진 뒤로는 줄곧 프랑스에 머물러 왔다.
김 전 위원장은 "제가 영화진흥공사 사장할 때부터 자주 만났었고, 영화진흥공사에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시나리오 300편을 기증하기도 했다"면서 "(생전) 와인을 좋아하셔서 같이 와인도 나누고 했다"고 추억을 되돌아봤다.
고인과 함께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원로배우 신영균도 "불란서(프랑스)에 가기 전 저를 만나면 '선생님, 나하고 마지막 작품 꼭 해요'라고 했다.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나보다 먼저 갔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씨는 "윤정희는 너무 열심히 하고, 또 상대 연기자를 아주 편하게 대했던 배우"라며 "배우라는 게 각자의 캐릭터가 따로 있는데, 윤정희 씨는 조금 카리스마가 있다고 그럴까, 독특한 연기를 잘했다"고 회고했다.
가족여행 차 일본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윤정희, 우리 후배와 작품을 제일 많이했다. 동경에 오니 함께 동경에서 촬영했던 때가 떠오른다"고 추억했다.
고인을 작품 '파란 이별의 글씨'(1968) 등에 기용했던 정진우 영화감독도 "배우로서 무척 예쁘고, 괜찮은 배우였다"고 돌아보며 "결혼하고서 외국에 나가서 살고, 백건우 씨 뒷바라지 하느라 많은 영화활동을 하지는 못 했다"고 아쉬워 했다.
윤씨의 마지막 작품이 된 영화 '시'(2010)를 제작한 파인하우스필름의 이준동 대표도 작품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먼저 떠난 선배 영화인을 추억했다.
이 대표는 "유쾌하셨던 분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며 "남편 백건우 씨의 연주 무대가 파리여서 두 분이 연주할 때는 늘 같이했던 것으로 안다"고 기억했다.
이어 "저와 선배님이 맥주를 좋아하는 게 비슷해서 2008년 작품 '시'를 촬영할 때 함께 맥주를 자주 마셨다"며 "제게 어린 시절 선배님은 '까마득한 별'이었다고 말씀드리니 '깔깔깔'하고 웃으셨던 게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이장호 영화감독은 "1960년대 제가 조감독이었을 때 '장호 씨, 장호 씨'하며 이름을 불러줬던 분이 윤정희 배우"라며 "연출부 말단이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던 때 이름을 불러주니 얼마나 용기가 생겼는지 모른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윤정희 배우는 인내심이 있고, 성실하고, 보통 연기자들에게서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갖고 있었던 분"이라며 "연기력도 좋고, 톡톡 튀는 재능보다 꾸준히 성장하는 그런 재능이 있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윤정희씨는 제가 본 한국 영화인 중에서 정말 영화예술만을 위해서 한평생을 산, 보기 드문 분이었다"며 "스타덤을 누리고 유명인으로 등극한 사람은 많아도 영화예술 위해 한평생 바친 예술가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영화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였던 한지일 씨는 "윤정희 씨는 굉장히 조용하고, '현모양처'같은 분이었다"며 "우리 영화가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오는데, 그 디딤돌을 놓아주신 분들은 대원로 선배님, 윤정희 선배님 시대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과 많은 작품을 했던 고(故) 신상옥 감독의 아들 신정균 감독도 "예쁜 여배우로 보이기 보다는 연기자 윤정희로 보이길 원하셨던 분으로 카메라 앞에서 굉장히 적극적이어서 감독님들이 좋아했던 분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정희 씨와 남편분이신 백건우 씨를 연결해준 게 저희 아버지"라며 "아버지가 예뻐했던 사람이 바로 윤정희 여사님이었다"고 떠올렸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990년 '한샘'의 모델이셨고, 그 광고의 조감독으로 선생님을 뵈었다"며 "이창독 감독님의 '시' 시사회장에서 만나 그 인연을 말씀드리니 '꼭 작품같이 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지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원 대표는 "그저 소녀 같으시고 언제나 우아하셨던 윤정희 데레사님, 하늘에선 평안하시길"이라며 영면을 바랐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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