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 이대로 괜찮나 2편] 색깔 마케팅·단일화 과열에 헛구호 된 '정치적 중립'
[EBS 뉴스12]
지난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맞붙은 성기선 후보와 임태희 후보.
진보 단일후보로 나선 성 후보는 각종 홍보물에 파란색을, 보수성향의 임 후보는 붉은색을 내세웠습니다.
경남의 박종훈, 김상권 후보 역시 홍보물에 각각 파란색과 붉은색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경북과 광주, 전북처럼 모든 후보가 유세에 같은 색을 활용한 지역도 있었습니다.
특정 정당을 연상하게 하는 이른바 색깔 마케팅으로,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교육감 선거에선 이미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교육감 당선인 17명 가운데 12명이 이 공식을 따랐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감 선거에 정치권을 끌어들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조성철 대변인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현장 교육 전문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막대한 선거 비용 그리고 너무 넓은 선거구 (문제 때문에) 정치와 연을 닿으려는 그런 시도나 또 진영 대결로 격화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여건이라고 봅니다."
낮은 인지도와 관심 탓에 단일화 여부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다보니 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는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하는 데 열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비방과 고소가 난무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단일화를 주도하는 특정 단체들의 입김이 선거에 지나치게 크게 작용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인터뷰: 안선회 교수 / 중부대 교육학과
"직선제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형식에 불과한 것이고 사실은 보수 교육 진영과 진보 교육 진영 내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보수 단일 후보가 되고 진보 단일 후보가 되는 거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공천을 배제했지만, 교육감들의 정치적 성향만 오히려 강조되는 상황.
이 때문에 상대 진영의 정당이 지방정부나 의회를 장악할 경우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사례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실제 서울교육청은 올해 예산 가운데 5천6백억 원이 서울시의회에서 삭감됐고, 세종과 울산, 충남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오기형 국회의원 / 더불어민주당
"조희연 교육감이 계속 교육행정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견제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 (중략) 그 속에서 시민들이 희생을 당하고 손해 보는 그런 양상이 빚어진 것 아니냐."
지방 권력과의 협치를 위해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치적 중립이 더욱 훼손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각에선 정당공천을 통해 후보 난립을 막아 현행 직선제의 단점을 최소화하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덕난 연구관 / 국회입법조사처
"이미 국민들이 다 알고 계세요. 교육감들이 어떤 정치적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겉으로 드러낼 것은 솔직히 드러내고, 그것까지도 주민들이 오히려 선택하실 수 있게 그러면 오히려 관심도 더 늘어날 수도 있고요."
2010년 전면 도입 이후 진전 없이 논의만 반복됐던 교육감 선출제도 개선.
다음 선거에서는 깜깜이 선거, 인기 투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