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승진·재물·장수...좋은 기운 한가득 받아오길
병풍 그림 베갯모 등 일상용품 200여점
새점 등 미디어체험과 휴식 공간도 마련
민속놀이 전통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도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가 씨가 많은 오이는 다산의 상징이다. 씨가 많은 포도와 석류, 연꽃도 마찬가지다.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1754~1822)이 그린 ‘자위부과도’는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붓질의 자유로움과 색감의 조화 속에서 현대적인 일러스트화 못지 않게 세련된 묘사가 뛰어나다.
이 그림을 경복궁 동측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그 겨울의 행복’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그림과 병풍, 공예품 등 우리 민족 일상 속에 있었던 물품 200여점을 통해서 좋은 상징을 통해서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행위인 ‘길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신년이나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일상에 좋은 기운이 깃들길 기원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조상들은 오복이라고 하여 행복으로 여기는 다섯 가지를 꼽았다. 통속편에 따르면 민간에서 보는 오복은 수(壽)·부(富)·귀(貴)·강녕(康寧)·자손중다(子孫衆多)로 오래 살고,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를 얻고, 건강하고 편안하며, 많은 자손을 두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이한철(1812∼1893)의 ‘해도’(蟹圖)는 딱딱한 게의 ‘등갑’을 뒤집으면 장원급제를 뜻하는 ‘갑등’(甲等)이 된다는 언어유희를 활용해 게 네 마리를 그렸다. 그러고보니 벼루에 연잎 만큼이나 게 형상이 많이 보인다. 원숭이 모자와 벌을 그린 그림도 벌과 원숭이의 한자어인 봉후(蜂후)와 제후에 봉해진다는 봉후(封侯)의 발음이 같아 출세를 기원했다.
베갯모와 수저집, 노리개, 삼층장, 사각반 등 다양한 일상용품에 이같은 동물, 식물, 글자, 기하무늬가 새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은 또 제의에 사용된 말린 명태(북어)를 실타래로 묶어 집안에 걸고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길(액막이) 기원했다고 한다.
요즘은 거의 안쓰지만 성냥은 불과 1980년대만 해도 ‘불이 활활 타오르듯 살림이 일어나라’는 의미로 줬던 집들이 선물이다. 자동차에 달고 다니던 ‘오늘도 무사히’그림은 영국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의 ‘어린 사무엘’을 차용했다고 한다.
이주홍 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길상과 행복을 다루는 전시 주제에 맞게 관람객 각자가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전시장 곳곳에 휴식과 사색 공간을 마련했고 새가 점괘를 뽑아 운세를 알려 주는 미디어 인터랙티브 ‘새점’ 체험이나 자신의 소망을 적어보는 체험 등 관람객 참여 요소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전시는 설 당일만 쉰다.
설날 연휴(21~24일)에 민속박물관에서는 민속놀이와 공예체험 등 다채로운 관람객 참여 행사를 마련했다. 청와대 정문 등에서 사물놀이를 비롯한 전통예술 공연도 펼친다. 또 인근 4대궁궐과 종묘 등 22곳도 무료 개방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설 연휴 동안 매일 오전 10시 20분과 오후 2시 20분 광화문 뒤편 동수문장청에서 불행을 막고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세화(歲畵)를 나눠 준다. ‘경복궁 수문장 모자를 쓴 호랑이’ 그림과 가정의 화목을 상징하는 토끼 두 마리가 그려진 ‘쌍토도’ 중에서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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