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용 “유동규, 대장동 ‘확정 이익’은 이재명 지시라고 해”

“사업이 어떻게 되더라도 공공이 일정 수익 가져야 한다는 전제 있었다”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민용 변호사가 2022년 1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민용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초과 이익' 환수가 아닌 '확정 이익'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오는 걸로 설계 및 지시한 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었다는 취지로 법정 증언했다.

정 변호사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비리 관련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에서 공사가 확정 이익을 받아오는 부분은 이 시장이 설계하고 지시하셨다고 말했다"면서 "유 전 본부장은 자기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 대표에게) 지시 받아서 하는 거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어 "이런 말씀을 드려도 좋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유 전 본부장이) '이 시장님 천재같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이같은 조치를 성남시가 최대한 많은 이익을 안정적으로 환수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부연했다. 그는 "나중에 사업이 어떻게 되더라도 공공이 그 정도 수익은 가져가야 한다는 전제 때문에 확정 이익 방식으로 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 공사 내부에선 '대장동 사업이 진짜 잘될 수 있어?' 같은 생각이 있어서, 확정 이익을 먼저 공공이 가져가는 걸로 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업 리스크를 공공이 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때문에 확정 이익 방식으로 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제가 판단하기로 사업 이익을 50대 50으로 나누는 것이 공사가 확정 이익을 가져가는 것보다 불리하다는 것은 정책적 결정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확정 이익만을 취하는 사업 구조가 부적절한 의도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일하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에 대장동 사업 이익을 몰아주는데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서 다수 거론된 '확정 이익'이란, 공사가 대장동 사업 개발로 얻는 이익을 사업 시행 전부터 '1822억원'으로 고정했다는 의미다.

대장동 사업의 시행사는 공사, 화천대유 등 민간이 모여 구성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다. 성남의뜰 지분 구조는 성남도개공이 50%+1주를 가졌고, 화천대유는 7%에 그쳤다. 그러나 지분 과반을 가진 공사는 '확정 이익' 1822억원만 가져간 반면, 4040억원은 화천대유 측으로 넘어갔다.

이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욱 변호사, 정 변호사 등이 공모를 통해 공사에 손해를 끼치는 한편 김씨 등 민간업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간 것으로 판단해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