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시집 공급은 중단했지만, ‘잠정적 결정’이라는 실천문학사[플랫]

‘성추행’ 폭로 이후 사과가 없었던 고은 시인의 시집을 출간한 실천문학사가 시집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출판사는 계간지 실천문학 발간도 중단한다고 했다. 출판사는 그러나 여론의 압력에 의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향후 공급 재개할 여지도 남겼다. 당사자인 고은 시인은 이와 관련해 아직 공개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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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20일 고은 시인 신간 시집 <무의 노래> 출간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6월 펴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묘사한 ‘괴물’과 소송에 임하는 의지를 담은 ‘바위로 계란 깨기’가 실려 있다. 사진은 책을 촬영한 것은 아니며, 시 두 편을 다른 이미지와 결합해 형상화한 것이다. 김창길 기자

윤 대표는 지난 17일부터 시집 공급을 중단했으며 계간지 ‘실천문학’도 2023년 봄호까지 정상 발간한 뒤 자숙의 의미로 휴간 기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무의 노래>를 출간한 배경으로 “자연인이면 누구도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다. 그러나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 2’ 건에 대해서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님들께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을 맞아 출간된 실천문학사의 <무의 노래> , 실천문학사는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도 함께 출간했다.

윤 대표는 그러나 고은 시인의 시집 ‘공급 중단’이 잠정적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간의 여론에 부응해 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의 고은 시인 시집 주문에 불응해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이 성추행을 공론화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고은 시인은 최 시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뒤 상고하지 않았다.

활동 중단 상태였던 고은 시인은 최근 실천문학사에서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함께 펴내면서 사과 없이 문단에 슬며시 복귀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은 전날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편집위원을 사퇴했다.

▼ 임지선 기자 vision@khan.kr

"고은의 복귀는 여전히 문단 내에 있을 가해자들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진실은 이미 밝혀졌다. 피해자들의 일상이 안전해질 때까지, 당신의 죄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가 고은 시인 문단 복귀를 두고 성명을 냈다.https://t.co/OTDXFsKuv1

— 플랫 (@flatflat38) January 13, 2023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