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세계유산 재추천 사도광산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9일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UNESCO)에 재추천한 사도(佐渡)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다.
얼마나 많은 조선인이 동원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한 일본인 연구자는 연인원 기준으로 2천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태평양전쟁 기간 조선인 2천명 동원 현장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은 에도(江戶) 시대(1603년~1867년)부터 금 생산지로 유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도광산은 17세기에 세계 최대 규모로 금이 산출됐던 곳이었다.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2년)에는 기계화 시설이 도입돼 근대 광산으로 탈바꿈했다. 이어 태평양전쟁(1941~1945년) 기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다.
조선인이 사도광산에 동원되기 시작한 시기는 1939년 2월부터로 알려졌다.
사도광산에 동원된 조선인을 연구한 히로세 데이조(廣瀨貞三) 일본 후쿠오카(福岡)대 명예교수는 이때부터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적어도 2천명(연인원 기준) 정도의 조선인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도광산 측이 작성한 '사도광산사'에는 1945년에 조선인이 1천519명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에도시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혹한 노동환경
사도광산은 에도시대부터 태평양전쟁 기간까지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악명이 높았다.
사도광산 연구자인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 등이 2021년 12월에 출판한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에 따르면 에도시대(1603∼1868년) 사도광산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3∼5년 정도밖에 버티지 못했다.
당시 에도 막부(幕府)의 자금줄 역할을 한 사도광산에는 부랑자 등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연구위원 등은 책에서 "진폐증을 불러오는 가혹한 환경, 광산 지형을 변형시킬 정도의 중노동, 그리고 낙반과 매몰 등의 사고로 대부분이 생명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40세를 넘을 때까지 살아남은 광부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고 기술했다.
근대 광산으로 변신 이후에도 사도광산의 노동환경은 열악했다.
히로세 교수가 2021년 10월 온라인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사도광산에선 1935년 7월께 하루 1명꼴로 사고를 당했다.
히로세 교수가 당시 일본 신문 기사를 인용해 "1935년 7월부터 사도광업소에선 '낙토화(樂土化) 운동'이 시작됐다"며 "이 시점에 하루 평균 1명꼴로 사고가 빈발해 '안전위원'이 경계해 1개월 평균 3∼5명 정도, 다시 말해 10분의 1 정도로 (사고를) 줄이는 것이 (낙토화 운동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도광산의 노동자는 980여 명이었다. 조선인이 사도광산에 동원되기 전부터 낙반 등의 사고로 일본인의 희생도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인 차별 문제로 노동쟁의도
조선인이 사도광산에 본격 투입된 이후 '운반부'와 '착암(바위에 구멍을 뚫음)부' 등 갱도 내 위험한 작업에 조선인이 투입되는 비율이 높았다고 히로세 교수는 전했다.
조선인 노동자 '모집' 당시 근로조건이 전달되지 않은 문제와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차별 등이 원인이 돼 노동쟁의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선인 노동자 중에는 도주한 사람도 많았다.
1940년 2월부터 1943년 6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사도광산에서 도주한 조선인 노동자는 148명이었다. 1940년 2월부터 1942년 3월까지 동원된 조선인 1천5명 기준으로 보면 약 15%가 도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선인 노동자 중 사망자가 모두 몇 명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 연구위원 등이 저술한 책에는 사도광산 측의 보고 자료를 인용해 1942년 3월까지 동원된 조선인 1천5명 중 10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유산의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유산이 지닌 '전체 역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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