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삼성화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적법”
삼성화재 퇴직자들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확정했지만, KT에 이어 삼성화재에서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어서 향후 유사한 소송 결과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봉기)는 김모씨 등 삼성화재 전직 직원 3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지난 19일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삼성화재는 2014년 7월쯤 취업규칙을 개정해 직원 정년을 만 55세에서 60세로 변경하고 2016년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56세부터 4년에 걸쳐 직전 연봉의 90%에서 60%까지 낮아지는 방식이다.
원고들은 임금피크제가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이 금지하고 있는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며 회사가 1인당 1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고령자고용법이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개정될 때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됐다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임금피크제가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정년 연장으로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었고, (60%까지인) 보수 삭감 정도도 크지 않으며, 자격수당·직책수당·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됐다”면서 원고가 임금피크제로 받는 불이익도 크지 않다고 봤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거나 별도 직군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측의 법적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해 원고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고,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지도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 소송대리인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에 차등을 주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라면서 “민간기업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은 원고만 1300여명이 넘는 KT 1·2심 선고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제도 도입의 목적성, 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수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자기술연구원 임금피크제는 정년은 유지하면서 임금만 깎는 ‘정년유지형’이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전·현직 직원들은 공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공사의 임금피크제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농어촌공사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이어서 전자기술연구원 사건과는 다르고,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업무 강도도 낮아진 만큼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지난해 12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고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