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계약률 70%’에 냉정한 여의도의 시선… “선방아냐”
“PF시장 대표가 최종 100% 장담 못하면 문제 있다”
“건설사 물론 PF익스포저 큰 증권사 등 투자 안 해”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 정당계약률이 알려진 지난 17일 오후. 여의도 증권가의 표정은 심각했다. ‘초기계약률이 70%면 선방’이라고 보는 건설업계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사업장의 자금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은 증권가와 건설업계가 일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바로미터격으로 ‘둔촌주공’을 바라보는 눈길은 냉정했다. “우량사업장이 최종계약률 100%를 장담할 수 없다면 한국 PF시장의 건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정당계약률이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알려진 후 건설업계에서는 상당히 좋은 성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았다. 인기 평형인 전용 59㎡와 84㎡는 계약률이 70~80%대, 29~49㎡ 등 소형평수는 5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청약 최종 경쟁률이 평균 5.5대 1 수준에 불과했던 터라 당초 계약률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정부가 지난 3일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을 조정지역에서 해제하고,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상한선을 없애는 등의 조치에 나선 것이 ‘둔촌주공 구하기’로 해석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정당 계약률이 77%는 돼야 사업비 일시 상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었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이 사업비만 미리 조달해 착공 시점까지 사용하고, 수분양자들이 납부하는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 사업비 PF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정부는 둔촌주공의 초기 계약률이 기준에 못 미칠 경우를 대비한 조치도 이미 해뒀다. 지난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7500억원의 대출과 관련한 보증을 승인했다. 오는 19일 만기 예정이었던 7231억원 규모의 PF 사업비는 초기계약률과 상관없이 만기일에 맞춰 이미 상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고위관계자는 “오는 3월 무순위 청약시점까지 감안하면 최소 90%의 계약률은 확보된 것 아닌가”라면서 “당초 50%에 못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던 만큼 상당한 선방”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PF사태로 한 차례 몸살을 앓았던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건설사에 대한 투자보고서를 주로 발간하는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제외하고는 앞으로의 PF시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둔촌주공은 이미 국내외에서 PF시장의 대표주자로 언급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계약률 100%를 채우지 못하는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타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지난 11일 둔촌주공을 “향후 다른 부동산 시장의 ‘전조(bellwether)’”로 언급하면서 “세계 최대 주거 재건축 프로젝트 중 하나인 둔촌주공은 수도권 중심에 위치해 (계약이 부진할 경우)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한국 PF시장의 바로미터’로 유명세를 탄 만큼 사업장 자체의 자금조달 여부를 넘어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일부 여의도 주식, 채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사업 인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단계에서 이뤄지는 고금리 단기대출 성격의 브릿지론이나 변제 순서가 뒤처지는 중·후순위 본PF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 중·후순위 본PF 등 고위험 자산 비중이 높아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 1조∼3조원 규모의 중형 증권사와 자본 1조원 미만 소형 증권사의 브릿지론 및 중·후순위 본 PF 합산 비중은 각각 69.3%, 76.5%에 이른다.
채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업장 자체로만 보면 70%는 굉장한 선방일지도 모른다”면서도 “이정도의 우량한 사업장이 초기계약률 70%, 최종계약률 100%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동료들 사이에서는 PF익스포저가 높은 곳은 절대 담지 말자는 의견이 있다”면서 “특히 본PF가 아닌 초기 브릿지론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하반기에 PF 부실이 또 한번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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