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휴장 앞둔 증시에 ‘올빼미 주의보’

권정혁 기자 2023. 1.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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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스

설 연휴를 앞둔 증권가에 ‘올빼미 주의보’가 내려졌다. 장기 휴장을 앞두고 투자자 관심이 분산됐을 때 기업에 부정적 사실을 공시하는 경우가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정규장 종료 이후에 나오는 주요경영사항 공시(수시 공시)는 올빼미공시에 해당한다. 올빼미공시는 투자자의 관심도가 낮아지는 시기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을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기업은 이사회 결의를 비롯한 회사의 중요 결정사항을 해당일 장 마감까지 공시해야 한다. 야간에 회의가 열리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다음날 장 개시 이전까지, 제3자와 관련된 업무 협의 등이 필요할 경우는 다음날 장 마감까지 공시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및 언론의 관심을 회피하고 주가 하락을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이를 어긴 올빼미 공시가 횡행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3일 이상 휴장하기 전 마지막 매매일 정규장 마감 이후에 나오는 공시는 올빼미공시로 간주된다. 증시는 오는 2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4일 간 휴장 예정이다.

연말 폐장일 이후에 공시되는 사항도 올빼미공시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폐장일이었던 12월29일에는 총 660건의 공시가 나왔는데 이중 273건(41.36%)은 폐장시간 후에 나왔다. 증시 휴장일이었던 30일에도 총 557건의 공시가 나왔다. 이날 나온 올빼미 공시 건수는 전년 휴장일 다음날보다 28.9% 늘어났다.

최근 올빼미 공시 사례로는 드론 테마주로 알려진 노블엠앤비의 사례가 꼽힌다. 지난달 30일 노블엠앤비는 비상장기업인 원스의 지분 64.5%를 양수한다는 결정과 대표이사 변경, 전환사채(CB) 재매각 등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폐장일 이후 공시했다. 노블엠앤비는 지난 2일 올해 개장 첫날 전 거래일보다 20%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2019년 5월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올빼미 공시를 근절하기 위한 제재 방침을 마련해 상습적으로 올빼미 공시를 하는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아직 해당 명단에 포함된 기업은 없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불리한 공시는 밤 늦게나 새벽에 투자자들이 방심한 틈을 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시 시기와 관련한 규정과 제재를 강화해야 ‘깜깜이 공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올빼미공시 대상일 및 재공지일. 한국거래소

올해 상반기 올빼미공시 대상일은 이날 정규장 종료 후와 함께 근로자의 날 연휴(4월29일~5월1일)를 앞둔 4월28일 정규장 종료 후, 어린이날(5월5일~5월7일) 연휴를 앞둔 5월4일 정규장 종료 후 등이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올빼미공시 대상일에 부득이하게 공시해야할 경우 신속히 관련 업무를 처리해 정규장 종료 이전에 공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올빼미공시한 사항에 대해 휴장일 직후 첫 번째 매매일에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 홈페이지 팝업을 통하여 재공지한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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