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몸집 커지게 한 유전자 규명.."암 치료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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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현 초기 바다사자 정도 크기였던 고래가 거대한 몸집을 갖도록 진화한 비결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규명됐다.
네리 박사후연구원은 "4개의 유전자는 고래가 몸집을 키우도록 하면서 암을 억제하는 역할에도 관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맥고웬 미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고래의 몸집이 커지게 된 비결을 분석하면 암을 치료하기 위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며 "암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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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현 초기 바다사자 정도 크기였던 고래가 거대한 몸집을 갖도록 진화한 비결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규명됐다.
500만~1000만년 전 등장한 최초의 고래는 늑대나 바다사자 정도의 크기였다. 고래는 진화 과정을 거치며 몸집이 커졌고 현존하는 흰수염고래의 경우 몸길이가 30m에 달한다. 바다속 영양분이 충분하고 중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바다에 산다는 점이 고래를 거대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브라질 캄피나스주립대 연구팀은 고래가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유전적 차이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 19일자에 발표했다.
인간이나 말, 양, 소 같은 포유류의 유전자가 몸 크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오던 마리아나 네리 캄피나스주립대 박사후연구원은 고래 19종의 신체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9개를 비교했다. 19종 중 7종은 몸 길이 10m를 초과하는 거대한 고래였다.
연구팀은 9개 중 4개의 유전자(GHSR, IGFBP7, PLAG1, NCAPG)가 양성 선택(positive selection) 과정을 거쳤다는 증거는 발견했다. 자연선택 과정에서 진화에 유리한 변이를 선택하는 것을 양성 선택이라고 한다. 진화의 과정에서 고래는 몸집이 커지는 것이 유리했다는 사실이 유전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고래처럼 몸집을 거대하게 키우려면 빠르게 세포분열을 해야 하는데 이는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네리 박사후연구원은 "4개의 유전자는 고래가 몸집을 키우도록 하면서 암을 억제하는 역할에도 관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맥고웬 미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고래의 몸집이 커지게 된 비결을 분석하면 암을 치료하기 위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며 "암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수염고래의 경우 표피성장인자(EGF)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EGF는 치아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염고래가 이빨이 없는 이유에는 이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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