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도 이정도로 ‘밀당’ 안한다”…줄듯말듯 속타는 우크라

주력전차 지원 요구에 서방들 고민
미국과 독일 여전히 신중모드

자국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해 서방제 주력 전차가 필요하다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서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우크라이나전쟁이 어느덧 11개월을 훌쩍 넘기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서방은 옛 소련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첨단 사양을 갖춘 주력 전차는 이들의 지원 목록에 항상 빠져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전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면서 서방도 기조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각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지원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이 우크라이나에 개전 후 처음으로 전투용 장갑차(AFV)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당초 ‘방어용 무기’만 제공한다는 기조가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국방부는 이날 스트라이커 장갑차 90대,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IFV) 59대, 지뢰방호장갑차(MRAP) 53대, 험비(HMMWV) 350대 등 탱크는 아니지만 전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전투차량 수백 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주력전차 제공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각국도 이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국가는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은 주력전차 ‘챌린저2’ 14대를 보내기로 했고 폴란드 역시 ‘레오파드2’ 전차 14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레오파드2’는 개발국인 독일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독일정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데 따른 폴란드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에는 M1 에이브러햄 등 탱크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주력전차 지원에 신중하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주력 전차라는 이유 외에도 M1의 고질적 문제인 연비도 작용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M1의 경우 항공유를 사용하는 데다 연료 1ℓ로 이동하는 거리가 수백m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주력전차 지원이 러시아와의 ‘정면대결’로 확전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독일도 직접적으로 레오파드2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멍에를 지고 있는 독일 국민 상당수가 분쟁국에 무기 지원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상당수가 다른 무기 지원은 찬성하지만 주력 전차만은 국민 절반이 반대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서방이 제공한 무기들이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전환한 만큼 러시아가 보는 시각에서는 이미 선을 넘었다고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SIS) 소속 전문가 막스 베르그만은 “정밀유도 무기 등을 지원했을 때 이미 미국은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