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성공 신화' 헤이스팅스 퇴진… 자율과 혁신의 25년

김재형 2023. 1. 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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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 AFP 연합뉴스

넷플릭스를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키워낸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가 공동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넷플릭스를 설립한 지 25년 5개월 만입니다.

헤이스팅스는 DVD 대여로 사업을 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헤이스팅스는 퇴진 성명에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CEO 자리에서 물러났던 것을 사례로 들면서 "창업자도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이사회와 후임 공동 CEO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자선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며 "넷플릭스 주식 가치가 더 잘되도록 하는 데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공학과 수학을 전공한 헤이스팅스는 1997년 8월 첫 직장 동료와 함께 캘리포니아주 스코츠밸리에서 넷플릭스를 설립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첫 사업은 월정액을 내는 회원제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과거 DVD를 빌린 뒤 잘못 반납해 40달러 연체료를 냈던 경험이 있어 연체료 없는 DVD 대여 서비스라는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냈습니다.

이 사업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회원 기반과 콘텐츠 목록을 확장한 넷플릭스는 2007년 컴퓨터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콘텐츠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스트리밍 사업의 등장이었습니다. 당시 업계는 스트리밍이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놓았으나 넷플릭스는 이런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각종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17년에는 가입자 1억 명을 확보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산업 특수를 누리면서 2020년 말에는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넷플릭스 본사 / AFP 연합뉴스
그는 넷플릭스를 1등 OTT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자율과 혁신을 강조하는 경영을 펼쳤습니다. "규칙이 없는 무규칙이 넷플릭스의 규칙"이라며 능력 있는 직원들 중심으로 회사가 민첩한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다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혁신에 뒤처지는 임직원은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도록 해 경쟁 제일주의의 혹독한 직장 환경을 만들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힘겨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2022년 1분기 가입자가 직전 해 4분기와 비교해 20만 명 줄면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헤이스팅스는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와 함께 정리해고 등 회사 구조조정에 나섰고 가입자 기반과 수익을 다시 늘리기 위해 작년 11월 저렴한 가격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이 덕분인지 넷플릭스의 2022년 4분기 가입자는 766만 명 급증했고 작년 말 기준 회원은 2억3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에는 곤두박질쳤던 주가가 다시 회복하며 거의 50% 상승했습니다. AP 통신은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가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초기 시그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습니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 덕분에 2021년 3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하자 이 드라마에 나오는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실적 발표 행사를 진행했고 '오징어 게임'을 콘텐츠 엔진에 비유했습니다.

헤이스팅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넷플릭스의 지휘봉은 서랜도스와 그레그 피터스 공동 CEO에게 넘어갔습니다. 서랜도스는 2020년 7월부터 공동 CEO로 활약해왔고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이번에 승진한 피터스는 광고 요금제 출시를 주도했습니다. 두 사람의 향후 과제는 디즈니, 아마존 등과의 스트리밍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저가 요금제 출시로 진출한 광고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날 주주 서한에서 "지난해 시작은 평탄치 않았으나 마무리는 밝았다"며 "성장을 다시 가속할 확실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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