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문학사, 고은 시인 시집 출간 논란에 결국 '사과'…"공급 중단"

김정한 기자 2023. 1. 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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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룡 대표 "자숙 의미로 '실천문학' 올해 말까지 휴간'…고은, 여전히 '침묵'
고은 시인(90). 뉴스1 DB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고은 시인 시집을 출간해 논란을 일으켰던 실천문학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시집 공급 중단 의사도 나타냈다. 하지만 고 시인 본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20일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세간의 여론에 부응하여 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의 고은 시인의 시집 주문에 불응하여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계간 '실천문학'도 이미 청탁이 끝난 2023년 봄호까지만 정상적으로 발간하고, 이번 일에 대한 자숙의 의미로 2023년 말까지 휴간 기간을 가지고 좀 더 정체성 있고 발전적인 체제를 위해 심사숙고한 다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 2' 건에 대해서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님들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며 "실천문학사와 여러 인연을 맺어온 이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고은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 출판 배경에 대해서는 "자연인이면 누구도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다"며 "이러한 본사의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해명했다.

고은 시인 '무의 노래'와 '고은과의 대화'(실천문학사 제공)

앞서 실천문학사는 최근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했다. '무의 노래'는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으로 신작시를 담고 있으며, '고은과의 대화'는 이란계 캐나다인 시인 라민 자한베글루와의 대담을 통해 고 시인의 시 세계와 삶을 호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책 출간과 관련, 고 시인은 5년 전 미투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고 시인의 문단 복귀에 대한 문학계 및 대중의 시선을 싸늘한 상황을 맞았다. 고 시인에 대한 '미투운동'의 기치를 최초로 올렸던 최영미 시인은 고 시인의 문단 복귀 소식을 접한 직후 "허망하다"고 밝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책을 출간한 실천문학사를 향해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이라고 일갈했다.

뉴스페이퍼가 진행한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의 적절성' 설문조사에서는 작가와 시민 99.3%가 고 시인의 5년 만에 문단에 복귀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가에서는 불매운동 조짐도 보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역시 고 시인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반성 없는 가해자를 어떤 제재도 없이 복귀시키는 실천문학사의 무감각함에도 통탄한다고 밝혔다.

'실천문학'의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도 의견문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를 지켜보면서'를통해 이 시인은 고은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과'이며, 실천문학사의 윤한룡 대표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최 시인은 2017년 9월 한 인문교양 계간지에 고 시인을 암시하는 원로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언급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렸다. 이후 2018년 초 고 시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본격 제기됐다. 이와 관련, 고 시인은 그해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자신이나 아내에게 부끄러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라며 상습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부인했다.

또한 지난 2019년 서울고법 민사13부는 고 시인이 최 시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고 시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고 시인은 상고를 포기했다. 앞선 1심에서 재판부는 고 시인이 과거 여성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최 시인의 주장에 대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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