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유해물질 나온 신라면블랙…농심 “국내용은 안전” 근거는?

농심이 대만에 수출한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 제품. [사진 출처 = 농심]

농심이 대만으로 수출한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전량 폐기키로 한 가운데 국내 소비자단체가 국내용 라면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판매용 라면은 이번 대만 수출용 라면과 원료가 다르고, 국내용 제품 분석 결과에서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게 농심 측 입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전날 성명을 내고 “제품 안전성 문제를 두고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나서 시판 중인 모든 제품의 안전성 검사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8일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식약서)는 농심이 지난해 11월 생산해 대만에 수출한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유해 물질이 나왔다며 1000상자(총 1128㎏)를 반송·폐기 조치했다.

식약서에 따르면 잔류농약 검사 결과 해당 제품 스프에서 에틸렌옥사이드(EO)가 0.075㎎/㎏ 검출됐다. 이는 대만 현행법 상 잔류농양 허용 기준을 ㎏당 0.02㎎ 초과한 수치다.

EO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FC) 기준 발암물질로 규정된다. 미국 독성물질관리 프로그램에서는 인체 발암원인 ‘K등급’으로 분류한다. 주로 살균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장기간 노출될 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중추신경이나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농심 측은 “검출된 물질은 EO가 아니라 2-클로로에탄올(2-CE)로, 이는 발암물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발암물질이 아닌 2-CE를 대만 당국이 EO라고 발표한 건 그 검출량을 EO로 환산해 수치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CE는 발암물질이 아니지만 피부에 흡수될 경우 높은 독성을 지니고, 장기간 노출 시에는 건강에 유해하다.

다만 농심 측은 “2-CE는 EO의 대사물질로 환경에서도 존재한다”며 “하부원료 농산물의 재배환경 유래 또는 일시적이고 비의도적인 교차오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제가 된 제품은 수출용이며 국내 제품과는 무관하다고도 선을 그었다. 농심이 국내 제품을 분석한 결과 2-CE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회는 “2-CE도 상온에서 쉽게 증발하며 증기를 흡입할 경우 독성 증상을 일으킨다. 또한 중독되면 구역과 구토, 위장관 출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제품들을 전수조사하고, 제품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제조사에 대한 과징금 부여, 영업정지 등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심 측은 “아직까지 진행 예정된 식약처 검사는 없다”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밀 분석기기를 보강해 분석능력을 대폭 늘리고, 비의도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하부 원료의 문제도 재발되지 않도록 원료 단계의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