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번 싸매고 박스만 큼직…'분리수거 빌런' 선물 포장 허세 '여전'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에 두 남성이 30cm자와 전자정밀측정기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마트에 진열된 설 명절 선물 세트 제품 하나를 꺼내서 사이즈를 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마포구청과 한국환경공단에서 나온 관계자로 설 연휴를 앞두고 '과대포장' 합동점검을 나왔다.
이날 한국환경공단 직원은 식품 코너에 진열된 더덕 선물 박스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제품이 담긴 박스에 손바닥을 집어넣더니 빈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했다. 제품이 박스 높이까지 차있지 않은 것을 보고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는 함께 점검에 나선 마포구청 공무원에게 포장검사명령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육안으로 제품을 먼저 살펴보고 과대포장이 의심되는 경우는 지자체를 통해 포장 검사를 의뢰한다"며 "더덕, 인삼처럼 제품별로 사이즈가 들쭉 날쭉인 것들은 전체 제품의 평균 사이즈를 구해서 그 평균값이 포장 기준치를 넘어서는지 체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는 매년 설·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자체와 전문기관과 함께 과대포장·재포장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불필요한 포장으로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소비자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설 연휴에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지난 9일부터 오는 27일까지 합동점검팀을 구성해 단속에 나선다.
마포구청과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설 명절 세트, 신선제품 외에도 완구류, 주류, 전자제품류를 순서대로 살펴봤다. 이들은 제품 포장 공간 비율과 포장횟수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과대포장이 의심되는 사례는 21건이 있었다. 위스키를 담은 주류 박스의 경우 불필요한 칸막이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인형 등 완구류는 장난감 부피에 비해 과도하게 포장을 해 내부에 빈 공간이 많았다. 관계자 2명이서 약 한 시간 동안 대형매점 한 곳을 점검한 결과였다.
포장공간 비율은 포장을 하고 난 뒤에 내부 빈 공간 비율을 의미한다. 주류의 경우 포장 내 빈 공간이 10%를 넘기면 안 된다. 완구·인형류는 빈 공간이 35%를 넘어가면 안 된다. 포장 횟수는 제품을 포장한 횟수를 뜻한다. 와이셔츠류(1번)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3번 이상 제품 포장을 하면 안 된다.
지자체와 점검기관이 대형마트를 둘러보고 포장공간 비율을 넘어섰다고 의심되는 제품들을 찾아내면 해당 제조업체에 포장검사명령을 내린다. 명령을 받은 제조업체는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20일 이내에 검사 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한 내 검사성적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검사 결과 위반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1차 위반 시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국환경공단과 지자체 공무원은 과거에 비해 과대포장이 많이 개선된 편이라고 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만두 같은 신선 제품은 띠포장이 생기면서 포장횟수가 많이 줄었고 장난감 박스도 포장 앞면을 깎아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설 연휴 기간에는 과대포장이 의심되는 577건 중 181건을 검사해 57건을 적발했다.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두고는 719건 중 157건을 전문기관에 요청해 43건을 적발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과대포장이 적발된 제품은 가공식품·제과류가 19건, 완구류가 18건, 건강기능식품·잡화류·화장품류가 15건, 전자제품이 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적발사항 43건 중 완구류 19건, 가공식품 17건, 주류 4건, 전자제품 3건이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활동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포장재"라며 "과대포장이 개선되는 사례들이 일부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환경오염의 주범은 맞다. 재사용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포장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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