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베테랑의 능력을 믿는다”[설 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3. 1. 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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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가 12일 수원KT위즈파크 구단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 KT 베테랑 박병호(37)는 지난해 새롭게 태어났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던 대한민국 거포가 2년 간 20홈런대에 머물자 ‘에이징 커브’라는 시선이 따라붙던 무렵,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팀을 옮겼다. 부담 속에 시작한 시즌, 천천히 걸린 시동 뒤에 급격히 속도가 붙더니 특유의 몰아치기가 시작됐다. 박병호는 지난해 35홈런을 쳤다. 3년 만에 다시, 리그 유일하게 30홈런을 넘긴 박병호는 완벽하게 다시 일어섰다. ‘부활의 아이콘’이 됐다.

2023년의 시작, 박병호는 ‘부활 그 뒤’를 다짐하고 있다. 박병호는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작년 이맘때에는 새로운 팀에 와서 긴장과 어색한 마음을 안고 준비했지만 1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2023년에는 부상으로 한 달 결장, 이런 것 없이 완주하고 모든 면에서 더 높은 성적을 만들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6세의 박병호는 처음으로 타격 타이밍을 수정했다. 개막 직후 약 한 달 간 궤도를 찾지 못하다 타격 타이밍을 더 빠르게 조정하면서 전에 비해 느려진 배트 스피드를 만회할 수 있었다. 타격 폼을 고친 적은 여러 번 있어도 타이밍을 바꾼 것은 처음이었다. 시즌 50홈런을 두 번이나 쳤고 홈런왕을 5번이나 했던 타자가 새 도전을 했고, 결국 5월 이후 터지기 시작한 방망이는 불 붙은 듯 홈런을 쏟아냈다. 타율도 서서히 올랐다. 36세의 이 경험은 37세의 박병호에게 자신감을 넘겨주었다.

박병호는 “폼 수정도 어렵지만 타이밍은 더 어렵다. 전에도 시도는 했지만 꾸준하지 못해 실패했었다. 결국 내가 받아들이는 시기와 깨달음의 문제 같다. 나이들면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걸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시도해 끝까지 밀고나갔다. 지금은 작년에 느꼈던 것, 그것만 믿고 꾸준히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좀 더 편하게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부활은 프로야구 전체에 큰 울림을 주었다. 30대만 돼도 나이는 화두가 된다. 화려했던 홈런왕 박병호조차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2020년 홈런 개수가 21개로 줄자 ‘에이징커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병호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다음 해에도 20개밖에 못 치니까 ‘진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좌절감에 빠졌다”며 “그러고 있을 때 KT로 왔는데 다들 ‘못 쳐도 타구 띄우기만 하면 된다’고 했고, 그래서 새롭게 해보려고 했다. ‘내가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면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받아들이고, 변화하기로 마음먹고, 시도하고, 노력한 결과는 3년 만의 30홈런과 홈런왕, 3년 만의 골든글러브 탈환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태극마크로도 이어졌다. 박병호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됐다. 2012년 홈런왕에 오르고도 2013년 대회에는 뽑히지 못했을 정도로 인연이 없던 WBC에 처음으로 나간다.

박병호는 “한 번 꼭 나가보고 싶은 대회였다. 국가대표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전 국가대표 때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못 해서 나도 많이 아쉬웠고 반성도 많이 했었다. 이번엔 좋은 성적 내서 행복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일어선 박병호는 2023년의 프로야구, 그리고 함께 뛸 베테랑들에게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를 전했다.

박병호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 관리를 잘 하고, 우리가 가진 능력은 절대 의심하지 말고, 기회가 줄어들 순 있지만 그 또한 받아들이되, 기회 왔을 때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은 어린 선수들보다 우리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같이 잊지 않고 뛰면 좋겠다”며 “작년에 또래나 형들이 ‘네가 다시 이렇게 해줘서 보기 좋다’고 해준 말들이 정말 고마웠다. 2023년은 서로 의지하면서 우리 베테랑들의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해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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