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명과 암

이창섭 2023. 1. 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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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2021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포효했다. 공격력을 폭발시키며 타격 6관왕을 차지했다(홈런 득점 출루율 장타율 OPS 총루타). 게레로는 같은 리그에 오타니 쇼헤이가 있다는 점이 불운했다(MVP 투표 2위).

게레로는 다음 시즌 더 크게 포효할 것을 예고했다. MVP 투표 결과가 자극제가 됐다. 게레로는 "오타니가 MVP를 타게 될 줄은 알았다. 그러나 만장일치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MVP 투표 결과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에 반드시 오타니를 넘어설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오타니를 넘어서려면 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모두가 게레로의 반격을 기다리고 기대했다. 하지만 2022년 게레로는 이전 시즌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리그 2위였던 '팬그래프닷컴' 승리기여도는 6.3에서 2.8로 대폭 하락했다. 이는 볼티모어 호르헤 마테오와 같은 기록으로, 텍사스 내서니엘 로우(3.0)보다도 낮았다. 내심 투표단에게 두고 보자고 했던 MVP 투표에서도 오타니와 더 멀어졌다(MVP 투표 12위).

2021 : 타율 .311 48홈런 111타점 OPS 1.002

2022 : 타율 .274 32홈런 97타점 OPS 0.818

게레로가 결코 못한 건 아니었다. 여전히 준수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전 시즌 대활약으로 높여 놓았던 자신만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게레로의 라이벌은 리그 최정상급 선수들이어야 하는데, 실제 동일 선상에 있었던 선수들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레벨이었다. 게레로의 성적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담겨져 있는 이유다.

지난해 게레로가 가장 바꾸고 싶은 시간은 5월이었다. 5월 26경기 월간 타율이 .217에 그쳤다. 5월8일부터 24일까지 15경기 연속 홈런이 없었다. 이 기간 장타도 때려내지 못하면서 장타율 .200, OPS가 .523였다.

게레로의 심각성이 드러난 건 5월24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였다. 7회초 2사 만루 기회를 초구 땅볼로 날렸다. 세인트루이스 투수 안드레 팔란테가 두 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한 직후였기 때문에 더 허무한 결과였다. 현지에서는 이 타석을 두고 "게레로의 현재 상태가 요약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타석은 게레로의 전체적인 문제점으로 직결된다. 지난해 게레로는 장타력 감소가 두드러졌다(2021-22년 장타율 .601→.480). 공을 띄우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플라이볼 비중이 2021년 25.2%에서 지난해 17.1%로 떨어졌다. 규정 타자들 중 네 번째로 낮았다(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 아메드 로사리오, D J 르메이휴). 반대로 땅볼 비중은 45.6%에서 52.3%로 높아지면서 타구의 성질이 장타 생산에 적합하지 못한 쪽으로 달라졌다.

게레로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타구의 발사 각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발사 각도가 무조건 높은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게레로는 높은 발사 각도에 어울리는 타구 속도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타구 속도 92.8마일 역시 상위 4%에 해당했다. 그런데 발사 각도가 2021년 9.4도에서 지난해 4.3도로 다시 낮아졌다. 이는 2020년 4.6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교롭게도 2020년 장타율 .462는 지난해 .480와 큰 차이가 없었다. 즉 발사 각도가 도로 낮아지면서 게레로의 장타력도 손해를 입은 것이다.

게레로의 낮은 발사 각도는 많은 땅볼을 양산했다. 만약 게레로가 '발이 빠른 좌타자'였다면 이 부분이 조금 상쇄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레로는 '발이 느린 우타자'다. 이로 인해 게레로가 친 땅볼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땅볼 병살타로 이어졌다(26개). 주자가 있을 때 득점 기회를 살려야 하는 중심타자에게 치명적인 결함이다.

3루수를 포기하고 1루수로 전업한 게레로는 공격력의 극대화가 필수적이다. 본인도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전념하기 위해 3루수에서 물러났다(게레로는 3루수에 애착이 강했다). 또한 리그 대세로 떠오른 승리기여도에서 게레로가 상수를 만들 수 있는 분야는 공격이다. 공격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승리기여도를 높이는 건 쉽지 않다. 이 점은 향후 게레로가 계약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게레로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1루 수비를 보완하면서 통산 첫 번째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약점으로 여겨졌던 수비에서 반전을 일으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초 게레로는 1루수로도 낙제점이었다. 어려운 수비를 잘 해내기보다 쉬운 수비를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다고 수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으로 수비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수비에 자신감이 생긴 게레로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내야 수비 코치에게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약속을 지켰다.

수비는 게레로의 자부심이 됐다. 그러나 게레로가 수비를 우선순위에 두는 1루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토론토가 바라는 게레로도 공격에 중점을 두는 타자다. 게레로가 다소 흔들린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도 수비가 아닌 공격에 달려 있다.

결국 관건은 발사 각도 조정이다. 이 과제는 게레로의 커리어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타력을 되찾는다면 견고한 수비가 더해진 게레로는 보다 완성된 선수로 거듭날 것이다. 그렇게 돼야 최정상급 선수들과 다시 진검 승부를 겨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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