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국회 예산 증액에도 벌써부터 수요 미달 우려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 인하 시작
금융위, 시장금리 상황·주금공 가용재원 고려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조정 가능
국회가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을 위한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의 예산을 당초 정부의 계획보다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가 예상보다 매력이 떨어져 상품 출시 전부터 수요가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 증액에도 수요 예측이 어긋난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난해 흥행에 실패한 주택담보대출 대환 정책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회는 본회의에서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상 예산을 368억원 증액해 1668억원으로 확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예비심사에서는 정부안대로 의결됐으나, 본회의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공급을 위해 주금공 예산 증액을 결정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금융위의 주금공에 대한 예산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는 정부안으로 의결됐으나, 본회의 심의에서 증액됐다”며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및 공급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한 정책모기지다.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의 대출을 실행한다. 기존 정책모기지와는 달리 소득제한이 없다. 개인의 상환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달 30일부터 1년 간 한시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39조6000억원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이전부터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수십년 간 대출금리가 고정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의 매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의 유지에도 예금금리 및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 금리가 떨어지며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고금리로 국민의 부담이 늘고 있다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지적도 대출금리를 인하한 이유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비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은행권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66~7.72% 수준이다. 사실상 변동형 주담대 상단금리로 돈을 빌리는 이들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변동형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차이는 사실상 크지 않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정책모기지에 비해 이용 요건이 대폭 완화된 대신 주택가격·소득에 따라 대출 금리가 다르게 적용된다.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부부합산소득 1억원 이하인 차주는 만기에 따라 4.65~4.95% 금리의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 집값 6억원, 부부합산소득 1억원이 넘어갈 경우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으로 금리는 4.75~5.05%다. 저소득청년‧한부모‧장애인‧다문화‧다자녀가구 등 차주 특성에 따라 금리를 우대해 3.75~4.05%까지 금리로 대출을 실행한다.
특히 기준금리가 정점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최초 금리가 만기까지 고정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의 흡인력을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또다시 수요 예측에 실패한다면,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의 과오를 반복할 수 있다. 지난해 변동금리 주담대를 장기·고정 금리로 바꿔주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은 9조4787억원으로 신청을 마감했다. 당초 공급 목표인 25조원의 약 38%를 소진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의 실패가 높아진 집값, 소득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 이용 요건 탓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이 기존의 보금자리론처럼 매월 시장금리를 반영해 금리가 조정된다는 점은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다. 국고채 5년물과 주택저당증권(MBS)의 금리차(스프레드) 및 기타 제비용을 고려해 대출금리가 결정된다. 또, 특례보금자리론은 신청 시점보다 대출 실행 시 대출기본금리가 낮아졌다면,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대출 실행 시점에 국고채 5년물과 MBS의 금리가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신청 당시 우대형 금리 하단인 4.65%로 돈을 빌리기로 했더라도 이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황, 주금공 가용재원 등을 감안해 필요 시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은 중도상환하는 경우에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돼 향후 금리 인하 국면을 걱정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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