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오프라인 설… 신권 구하기 ‘전쟁’

김은정 기자 2023. 1. 20. 12: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둔 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국은행 경기본부(경기남부 17개 시 관할)에서 직원들이 지역 시중은행으로 발송될 설 자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A씨는 설 연휴에 자녀와 조카들 세뱃돈으로 줄 신권을 바꾸기 위해 지난 16일 한국은행 강남본부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12시40분쯤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고객이 132명이나 됐다. A씨는 “신권 교환 첫날이라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고 말했다.

3년만의 오프라인 설을 맞아 세뱃돈 등 신권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부족해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신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직접 한국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동네 은행은 얼마까지 바꿔주나요” “지금 신권 교환 가능한가요” 등의 문의글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설 전 10영업일간 신권을 포함해 한은이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는 약 4조6500억원으로 작년 설(약 5조4000억원)에 비해 7500억원(14%)가량 감소했다. 한은의 설 직전 화폐 공급액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6조원을 넘었지만, 코로나 후 첫 설인 2021년에 4조9900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5조4000억원대로 늘었다가 올해 다시 큰 폭으로 줄었다. 설 자금 공급액으로는 2010년 이후 최저치다. 한은은 불필요한 화폐 발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016년부터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하다’는 신권 안 쓰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각 은행 영업점에선 신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고객 1인당 신권 교환 한도를 지폐 종류당 10~20장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더 달라”는 고객들과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 은행원은 “’빳빳한 새 지폐도 좋지만 마음이 더 중요하다’, ‘요즘은 신권 보다 금액이 큰 걸 더 좋아한다’고 설명드려도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아직은 신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원하는만큼 신권을 찾기 위해 여러 은행을 돌며 발품을 판다. 한 40대 주부는 “각 은행마다 권종별로 적게만 교환해주고, 심지어 조기소진된 경우도 있어 아예 하루 날을 잡고 동네 은행들을 투어했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올해는 입학, 졸업을 맞은 조카들이 있어 특히 세뱃돈용 신권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1인당 한도가 있다보니 남편까지 동원해 은행 지점을 샅샅이 훑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신권 찾았다면 세뱃돈 봉투도 챙겨보자

신권 교환에 성공했다면 각 은행이 이벤트성으로 제공하는 이색 ‘세뱃돈 봉투’도 챙겨보자. 우리은행은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상징하는 검은 토끼, 흰토끼 캐릭터와 인기 캐릭터 ‘핑크퐁’, ‘아기상어’가 들어간 설봉투를 배포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한복을 입은 토끼가 들어간 봉투를, 대구은행은 토끼들이 응원도구를 들고 있는 그림의 설 봉투를 마련했다.

/우리금융 제공 우리은행이 올해 설에 준비한 세뱃돈 봉투 디자인.

◇귀성길, 거점 휴게소에서도 신권 교환 가능

아직 신권 준비를 못 했다면 고향 가는 길, 거점 휴게소에 들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은행들은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유동인구가 많은 몇몇 휴게소에 이동점포를 운영한다.

먼저 NH농협은행은 20일 농협성남유통센터와 중부고속도로 하남드림휴게소에서 오후 4시까지 이동점포를 연다. 부산은행은 이날 진영휴게소(순천방향)에서 오후 3시까지, 광주은행은 정읍휴게소(하행선)에서 오후 4시까지 이동점포를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은 이날 기흥휴게소(하행선)에서 오후 4시까지 이동점포를 연다.

20~21일 양일간 이동점포를 여는 곳도 있다. 하나은행은 양재 만남의광장 휴게소(하행선)에서 이틀간, 오전 10~17시에 신권교환을 위한 이동점포를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여주휴게소(강릉방향)에서 오전 10~17시까지, 대구은행은 동명휴게소(상행선)에서 오전 9~16시까지 이동점포를 운영한다.

이동점포에선 신권 교환 외에도 ATM을 이용한 입출금 거래, 계좌이체 등의 금융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