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준비했는데…" 설날 앞두고 구룡마을 또 불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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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아침 구룡마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구룡마을 집들은 '떡솜'으로 불리는 솜뭉치로 사방을 둘렀다.
구룡마을에서는 화재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2011년 구룡마을 정비방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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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최소 16차례 화재…정비사업 10년 넘게 지지부진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오보람 이미령 기자 = 20일 아침 구룡마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사방에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소방헬기는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을 향해 물을 흩뿌렸다.
마을 초입에서 서로 안부를 묻는 주민들은 슬리퍼에 점퍼 차림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불타는 마을을 바라보는 주민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이날 오전 6시27분께 발생한 화재로 판잣집 60여 채가 잿더미로 변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비닐과 합판 같은 가연성 물질로 집을 지은 판자촌 특성상 불길을 잡긴 쉽지 않았다.
설날을 앞두고 또 찾아온 화마에 주민들은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떡솜·비닐·플라스틱으로 지어 화재 취약
불이 삽시간에 번진 원인은 판잣집을 지을 때 사용한 재료다.
구룡마을 집들은 '떡솜'으로 불리는 솜뭉치로 사방을 둘렀다. 내부는 비닐과 스티로폼 등 불에 잘 타는 물질로 뒤덮여 있다.
어른 한 명이 지나가기도 벅차 보이는 골목에 널린 LPG(액화석유가스) 통과 연탄, 문어발처럼 뒤엉킨 전선도 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 주민은 "소방차가 와놓고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불을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룡마을에서는 화재가 끊이지 않았다. 2009년부터 이날까지 최소 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2014년 11월에는 주민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1년 구룡마을 정비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보상·개발 방식을 두고 무허가 주택 주민과 토지주, 시와 강남구의 의견이 부딪쳐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불이 날 때마다 구호소로 대피했다가 판자촌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양말 하나도 못 건져"…허망한 주민들 대피소로
마을 인근 임시 대피소에 모여든 주민들은 급하게 나오느라 슬리퍼에 운동복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한 주민은 "이미 벌어진 일, 맘이라도 편하게 가져야 병이 안 난다"며 이웃을 위로했다.
구룡마을에 20여년간 거주했다는 조모(69)씨는 "설 차례상을 준비하려고 장을 다 봐놨는데 이제 아무것도 못 하게 생겼다"며 "소화기를 쓰려고 보니 전부 얼어서 무용지물이었다. 30분 넘게 동네가 불타는 걸 보기만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모(76)씨는 "곳곳에 놓인 LPG 가스통이 펑펑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뇨약이라도 챙기려 집을 둘러보는데 소방대원이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이라고 해 대피했다"며 "살았지만 양말도 하나 못 건졌다. 전부 타버려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겠나"라고 했다.
'마을회관'으로 불리는 건물에서도 주민들이 연탄난로를 쬐며 몸을 녹였다.
화재로 집을 잃었다는 한 주민은 "형광등이 이상하게 깜박거리길래 누가 장난치는 줄만 알았다"며 "이웃이 불났다고 외치지 않았으면 빨리 대피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던 박모(86)씨는 "삽시간에 불이 올라왔는데 다행히 우리 집까지는 불이 번지지 않았다"며 "아내가 집이 괜찮은지 둘러보러 가서 계속 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readiness@yna.co.kr, rambo@yna.co.kr,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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