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 반도체 압박에 네덜란드·일본 동참 움직임…중국은 ‘올리브 가지’

이종섭 기자 2023. 1. 2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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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잠재우려는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경제 상황 개선이 시급한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를 향해 ‘올리브 가지’를 내미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제조 장비 주요 공급 국가인 네덜란드와 일본이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20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이달 말 네덜란드와 일본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움직임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는 포괄적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후 수출 규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요 반도체 설비 제조 국가인 네덜란드와 일본에 동참을 압박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에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잇따라 가진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를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뤼터 총리는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나는 우리가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상당히 확신한다”며 “그것은 큰 발표 없이 진행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뤼터 총리는 다만 “이 문제는 여러 국가와의 대화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미국 주재 일본대사는 지난 17일 한 토론회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산업계와도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향후 몇 주 안에 이 문제와 관련해 진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네덜란드와 일본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미국의 통제 수준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3국이 모두 행동에 나서면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노하우에 접근하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중국 기업들은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 생산 라인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반중 행보가 네덜란드와 일본까지 확대되는 것은 그 효과를 더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압박 강화는 최근 미·중 간 고위급 대화가 이어지며 그동안 고조됐던 긴장 관계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스위스 취리히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가졌는데 류 부총리는 이번 회담에 대해 “양측에 매우 가치 있는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023년 들어 중·미 고위 관리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며 “새해 벽두에 나타난 긍정적 면모는 몇 년 동안 긴장돼 온 중·미 관계의 완화와 복원이 뒤늦게나마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이 미국의 계속된 압박 속에서도 고위급 대화에 이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 회복과 개선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대외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올리브 가지를 내밀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류 부총리는 봉황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가 중국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있다고 느끼며 그들이 ‘중국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외국 친구들이 중국에 오고 더 많은 외국 투자가 이뤄지길 바라며 기업 경영 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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