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인터뷰] "160㎞? 누구도 못 깰 구속 도전"…고교 최대어 장현석의 꿈

이재국 기자 2023. 1. 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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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용마고 장현석이 자신의 꿈과 도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창원, 이재국 전문위원

[스포티비뉴스=창원, 이재국 전문위원]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시속 150㎞는 강속구의 상징이었다. 한국 고교야구 무대에서는 더욱 그랬다. 시속 150㎞만 넘어도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투수’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고교 선수들도 하드웨어가 커지고, 과학적인 운동법을 통해 시속 150㎞대 파이어볼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시속 150㎞ 초반대를 넘어 이제는 중·후반대를 찍는 투수들이 매년 하나둘씩 출현하고 있다.

2020년에는 덕수고 장재영(키움 히어로즈)이 최고 구속 157㎞로 주목받았다. 2021년에는 광주진흥고 문동주(한화 이글스), 2022에는 덕수고 심준석(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입단)과 서울고 김서현(한화 이글스 입단)이 고교야구 공식 경기에서 최고 156~157㎞ 스피드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23년. 올 시즌 고교 무대 최고 화제 인물은 단연 마산용마고 3학년 장현석(19)이다. 키 190㎝, 몸무게 90㎏으로 투수로서 잘 빠진 몸매부터 눈길을 끈다.

1학년 때엔 어깨가 다소 좋지 않아 공식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2학년 시절이던 지난해 첫 대회인 신세계이마트배에서 최고 구속 149㎞로 주목받았다. 그러더니 구속이 점점 상승해 공식경기에서 최고 156㎞(청룡기 세광고전)를 찍었다. 그래서 올해는 어디까지 구속이 상승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내는 물론 벌써부터 해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설연휴를 앞둔 지난 18일. 창원 용마산 아래 고즈넉하게 펼쳐진 용마고 교정에서 장현석을 만나 새해의 꿈과 가슴 속 얘기들을 들어봤다.

▲ 마산용마고 장현석이 운동장 계단에 앉아 올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창원, 이재국 전문위원

◆ 근황

- 고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다.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

“고등학생 선수일 뿐인데, 아마추어 선수가 이런 관심을 받는다는 게 감사하죠.”

- 겨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난해 막판에 허리가 아파 그동안 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도 하고 몸을 만들어왔어요. 오늘(18일) 마산용마고에서 동료들과 함께 새해 첫 단체훈련을 시작했습니다.”

- 잘 생겼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제출한 빡빡머리 증명사진으로 기사가 많이 나와 속상합니다(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음). 주변에서도 실물이 잘 생겼다고 해요(웃음). ”

- 기사가 많이 나오면 좋지 않나?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또 기사나왔다’고 해서 보면 증명사진부터 보여요. 그보다 메이저리그를 간다거나 안 간다거나 내가 인터뷰를 한 적도 없는데 기사들이 제목만 바꿔서 나올 때도 있어서…. 기사를 본 사람들이 물어보면 계속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 그럼 한국에 남아 KBO리그로 갈지, 바로 해외 무대로 직행할지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는 않았나?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한국에 있으려고 했는데 미국에 가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편이라서…. 지금으로선 딱히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올해 제가 잘해야죠. 그래야 저한테 결정권이 생기니까요. 성적이 안 나오고 평가를 못 받으면 선택권이 없잖아요.”

- 지난해에는 국내에 남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작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전국 1번이라는 소리도 못 들었고, 볼스피드도 150㎞까지 안 나오는 시기여서 그런(한국에 남겠다) 얘기를 했는데, 그게 나중에 확정적으로 와전이 된 것 같아요.”

-최근 심준석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구단과 입단 계약을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영향이 생겼나?

“솔직히 저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요. ‘심준석 선수니까 그 정도 했겠구나, 대단하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저한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습니다.”

용마고의 단체 야외훈련이 처음 시작된 이날,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가 직접 창원으로 내려와 용마고 선수들과 장현석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현석이 만약 KBO 신인드래프트를 신청한다면 1순위 지명권(지난해 최하위)을 가진 한화가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 한화 스카우트가 와서 보고 있던데.

“처음엔 오신다는 말씀 못 들었는데 훈련하면서 알았습니다. 직접 오셔서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하죠.”

- 벌써 고교 넘버원 투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변의 기대치가 있다 보니까 솔직히 조금은 부담이 되기도 해요. 기대만큼 만족을 못 시켜줬을 때 뒷감당이 걱정이 되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니 한편으로는 자신감도 생기고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동기부여가 됩니다.”

▲ 2022년 목동야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산용마고 장현석. ⓒ스포티비뉴스DB

◆ 구속

스카우트들은 장현석의 잠재력에 대해 “역대급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 구단 스카우트팀장은 “아직은 경험이 적어 기복이 있고 다소 거친 면이 있지만 고교 2학년 때 이미 최고 구속 156㎞를 찍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평균구속이다. 어쩌다 한 번은 150㎞대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장현석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지난해 후반기에 꾸준히 150㎞를 넘겼다”며 “올 시즌 160㎞도 넘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장재영, 문동주, 심준석, 김서현 등은 고교 3학년에 올라갈 무렵, 몸부터 완성형에 가까웠지만 장현석은 이들과 비교해 몸매가 호리호리하다. 장현석은 고교 무대 들어오기 전에 키가 190㎝였는데 몸무게는 70㎏대였다. 스스로도 “엄청 말랐었다”면서 “갈수록 점점 살도 찌고 근육도 붙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현재 몸무게 90㎏이지만 웨이트트레닝과 프로 입단 후 체계적인 훈련을 한다면 파워가 더 붙을 가능성이 크다. 팔과 다리도 길고 몸도 유연해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 구속에 대한 욕심이 있나.

“솔직히 욕심이 있습니다. 160㎞ 넘고 싶어요.”

- 국내 고교야구 역사상 아직 국내 공식경기에서 160㎞를 찍은 선수는 없었다.

“그런가요? 구속만큼은 대한민국 고교 역대급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볼스피드 쪽에서는 누구도 깰 수 없는, 제가 나중에 프로를 가더라도 후배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구속을 찍어보고 싶어요.”

- 구속에 너무 욕심을 부리다 부상이 올 수도 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개인 스케줄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학교 팀 훈련은 그대로 소화하고, 그 사이사이에 개인 훈련 스케줄로 충분히 채우기 있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 어떤 훈련인가.

“웨이트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따로 있고, 학교 단체훈련을 할 때도 다른 친구들이 훈련을 해서 제가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때에는 저만이 할 수 있는 훈련 스케줄을 따로 만들어내서 하고 있습니다.”

- 야구가 재밌나?

“어릴 때 처음 야구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잘 되다 보니까 재미있습니다.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1학년 때 150㎞, 2학년 때 155㎞, 3학년 때 160㎞를 던져봐야겠다고 목표를 세웠어요. 저로서는 꿈의 스피드를 목표로 잡고 있었는데 그게 점점 현실이 되니까 신기하면서도 열심히 했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 구속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단 말인가.

“목표를 설정해놓으면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거니까. 야구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제가 한 만큼 실력도 올라오는 것 같아서 보람이 있어요. 일본야구보다는 미국야구를 선호하는데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이라든지, 선수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훈련을 하는지, 투구 메카닉 같은 것도 인스타나 유튜브 등을 찾아서 보고 있어요. 특정 선수보다는 큰 틀을 보고 있습니다. 밸런스라든지, 상하체 분리라든지, 앞다리 쓰는 거라든지, 던지는 순간 힙(엉덩이)을 접는 것 등등 세세한 부분들도 눈여겨보고요. 이론적으로도 많이 접근하려고 합니다.”

- 학구파다. 공부도 잘할 것 같다.

“아뇨. 초등학교 땐 좀 했는데 아무래도 운동을 하다보니까(웃음). 제가 목표로 하고 좀 잘 되는 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파고드는 성격인 것 같아요.”

- 어릴 때부터 구속은 빨랐나?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보다 빠른 편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144㎞ 정도 나왔습니다.”

▲ 마산용마고 마운드의 트윈 타워인 3학년 강채운과 장현석. 강채운은 키 191㎝, 장현석은 키 190㎝다. 둘이 원투펀치로 나설 올 시즌 마산용마고는 개교 이후 최초 전국대회 우승을 노린다. ⓒ창원, 이재국 전문위원

◆ 2023년

- 더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어떤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나?

“지난해 시즌 초반에는 제구가 좀 안 좋았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확실하게 제구를 잡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기복이 심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잡힌 것 같습니다.”

- 경기 도중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가.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해요. 그냥 세게 던지자고만 생각해요. 연습 때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실제 경기를 하고 피칭을 할 때는 오히려 잡생각을 안 하는 스타일입니다.”

-변화구는?

“슬라이더를 두 가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입니다. 슬라이더는 두 종류 다 자신 있게 던지고 있는데, 커브와 체인지업은 조금 더 피칭을 하면서 가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커브는 원래 되게 좋았는데 슬라이더 던지면서 던지는 방식을 좀 까먹은 것 같습니다. 던지다 보면 감을 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조정훈 투수코치한테 배우는 부분은?

“자세적인 부분은 크게 터치를 안 하세요. 경기운영이나 멘털, 테크닉 등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십니다.”

- 청소년대표에는 뽑힐 수 없게 됐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청소년대표에 대한 욕심이 컸는데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유급을 하다 보니 올해는 나이 때문에 청소년대표가 될 수 없습니다. 작년에 뽑히지 못하면서 그 꿈은 접은 상태입니다.”

▲ 마산용마고 진민수 감독은 전국 최대어 투수 장현석이 있는 올 시즌 학교 야구부 역사상 최초 우승에 도전한다. 진 감독은 "장현석이 3학년으로서 리더가 돼 팀을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창원, 이재국 전문위원

-용마고 야구부 역사가 오래됐지만, 전국무대에서 우승은 한번도 못했다.

“졸업하기 전에 우승하고 싶죠. 그런 생각은 크지만 우승이라는 것을 장현석이라는 투수 하나만으로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대진운도 필요하고, 경기운도 필요하고, 복합적으로 잘 맞아 떨어져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우승을 목표로 야구를 해야죠. 제가 있을 때 우승을 하면 역사에 남는 거니까.”

- 향후 일정은?

“2월 1일부터 윈터리그에 들어가는데, 저는 창원보다는 2월 중순 제주도리그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합니다. 저는 당분간 웨이트를 더 집중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웨이트를 잘 하면 볼스피드에도 중요하지만 부상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롤모델이 있나.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각 선수마다 장점들을 보려고 해요. 특별한 분이라면 고 최동원 선배님한테 끌렸습니다. 그 시절 야구가 그렇게 발달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강속구를 던질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로도 보고 유튜브로도 봤는데, 특히 혼자서 한국시리즈(1984년) 4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시킨 투지는 감동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투지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한국이 될지, 미국이 될지 모르지만 어디서든 그 리그에서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장현석 하면 모르는 분이 없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마산용마고 투수 장현석이 동료들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창원, 이재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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