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 '누적 계약금'으로 투자자 현혹하는 바이오업체들
노을, 수주잔고 864억인데 3분기 매출 5억원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일부 의료기기 업체들이 실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누적 계약금’이 정작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투자주의보’가 내려졌다. 계약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계약 이행 과정에 대한 구체적 확인을 피하는 업체의 경우 투자 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장기 재생 플랫폼을 보유한 로킷헬스케어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13건 계약을 맺었다. 누적 계약금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계약 기간이 5년 이상인 계약은 12건이다. 이 중에는 10년 짜리 계약도 있다. 통상 의료기기 유통 계약 기간이 3~5년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긴 편이다. 로킷헬스케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을 약 100억원으로 집계했다.
비상장사인 로킷헬스케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2022년 매출 1000억원대를 달성하고 같은 해 상장 준비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목표치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으며 아직까지 뚜렷한 상장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계약 규모는 조 단위지만 매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계약 기간이 긴 업체들은 투자 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공급 계약은 원래 인허가 이슈나 시장 환경 변화, 가격 경쟁력 등 변수가 워낙 많아서 불확실성이 크다”며 “더구나 3년 이후로 계약 기간이 넘어가 버리면 MOQ(최소주문수량) 플랜을 짜는 것도 어려워 계약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노을이 공시한 판매 계약 체결 건도 이행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건은 통상 구매주문서(Purchase Order)를 수령한 후 공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대부분 의료기기·바이오 기업의 계약 체결 공시 하단에는 ‘구매주문서에 대한 승인일 기준’ 또는 ‘구매주문서를 확정 받은 일자 기준’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노을이 한 공시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으며, 구매주문서를 받았냐는 이데일리 질문에도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한 의료기기 업체 공시 담당자는 “보통 구매주문서가 들어오기 전에는 공정공시를 하고, 들어온 후엔 단일판매 공시를 한다”며 “구매주문서가 들어와야 매출로 인식이 되는 수순인데, 그런 부분조차 확인이 안된다면 공시 내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감독 당국도 계약 이행 여부를 일일히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해당 기업이 계약 잔고가 많은 상황에서도 자금난으로 인한 자금 조달을 결정했을 경우, 이전 계약금액을 참고해 공시를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상 문제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공모로 자금 조달하려고 할 때는 당초 계약한 금액을 바탕으로 자금조달이 추가로 왜 필요한지 설명을 듣는 과정이 있다”며 “그럴 땐 공시를 충실하게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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