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수수' 이정근에 돈 준 사업가 "빨대 꽂은 것처럼 돈 요구해"
"오늘 몇개만 더 주면 안될까요 오빠" 문자에 "불법 걱정됐다"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사업 청탁 대가와 불법 정치자금 등 10억 여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59)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가 박모씨가 "젊은 사람들 말처럼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돈을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총장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가 박모씨는 "사실 그대로 말해 법이 정한 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가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박씨는 "지난 2019년 사업 목적으로 이 전 부총장을 처음 만났을 당시 자신을 더불어민주당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면서 "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랑도 언니동생하는 사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부총장이 박영선 장관에게 인사하려면 돈이 좀 필요하면서 몇천을 좀 달라고 했다"며 "나중엔 자기 몫도 챙겨 달라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구체적인 액수를 묻는 검찰 질문에 "3000만원"이라고 답했다.
또 이 전 부총장이 선거비용 명목으로 1억원이 필요한데 자신의 남편 소유인 경상북도 청송군의 한 땅을 팔겠다고 제안하자, 박씨가 이를 수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박씨는 "제가 돈을 줬으면 땅을 주거나 담보가 잡혔어야 하는데 땅도 안 주고 담보도 안 잡혀서 지금 정치자금 성격으로 돈이 붕 떠버렸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속칭 빨대를 꽂고 빠는 것처럼 돈을 달라고 했다"면서 "훈남 오빠, 멋진 오빠라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먼저 박씨를 만난 이후 자신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자 감사의 표시로 1000만원을 봉투에 넣어 이 전 부총장에게 줬다고 밝혔다.
또 박씨는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에게 인사해야한다"는 이 전 부총장의 부탁에 5000만원을 통장으로 송금했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자신의 뒤에 송영길 의원, 노영민 실장, 성윤모 장관 등이 있으니 사업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며 5000만원을 추가 송금한 사실도 털어놨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오늘 몇 개(몇 천)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 오빠"라고 문자를 보내며 박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아는 사람도 많은 것 같으니 잘 되면 도움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돈을 줬다"면서도 "계속 돈을 주다 보니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고도 밝혔다.
박씨는 "제가 아는 정치자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자진해서 돈을 주는 개념"이라며 "저는 상대방의 일방적인 강요로 돈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를 받는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2~4월 박씨로부터 선거비용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이씨가 박씨에게서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알선 대가로 받은 돈의 성격이 일부 겹친다고 보고 수수금액을 총 1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13일 진행된 1차 공판에서 "일부 금전을 받은 사실과 청탁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사무부총장 등을 지냈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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